노을 자리

나 홀로 서는 날

들마을 2006. 7. 24. 11:15
상실된 언어 속에서도
되살아나는 모습이 있고
그 모습들 어느 한가지라도
결코 포기할 수 없다고 믿었지만..

수없이 자빠지고 깨지는 마음들을
묵묵히 밟고 걸어가던 길을
이제는 더 이상 가지 않기로 했다..

가지 않는게 아니라 갈 수 없기에
내가 짐지고 왔던 그 모든 것을
더 이상 걸머지지 않아도 될 것 같기에
마음 편히 돌아서서 가기로 했다.

허접스런 기억의 파편들 속에
기쁨이 되었던 시간의 무늬도
얼룩진 연민의 흔적들도
머물수 없는 한 순간일 뿐
더 이상 내게 무의미한 기억이다..

그동안 변하지 않았던 마음은
다만 내 자존심의 영역이었을 뿐
내가 포기해야했던 것들은
내가 포기한 것이 아니라
내 욕심이 선택하지 않았을 뿐이기에
더 이상 미워하지도 않기로 했다..

인연 끈이 여기가 끝이고
더 이상의 이을 수 없는 인연인데
남겨진 시간들을 여기에 주저 앉아서
더 이상 바라볼 수 없다는 생각이다..

굳이 거부할 명분도 없고
조금만 바라보던 시선을 돌리면
더 이상 힘들여 기다리지 않아도
또 다른 아름다운 세상을 볼 수 있다...

힘들게 지키며 한없이 기다려야하는
그런 인연은 너무 힘에 부쳐
더 이상 내가 감당할 수 없는가 보다..

힘들 때 같이 거들며,
하찮은 작은 것마저도
더욱 소중하게 여기며
서로를 아름답게 지킬 수 있는
그런 인연이 내게는 맞는가 보다..

나 홀로 우뚝 다시 서는 날
아직은 꺼지지 않고 가슴에 남아 있는
불씨를 가지고 마지막 불꽃을 사르듯
내가 남겨 줄 수 있는 것들을 모아
아름다운 인연을 꾸며 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