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 올리는 날.
출장으로 좀 피곤했지만 직원들과 같이 운동하기로
미리 약속했던 일이라서 짐을 챙겨서 통도사로 향했다...
구름도 많이 끼고 시원한 바람이 불고 있어서
운동하기에는 더 없이 좋은 날이었다...
머리 올리는 친구는 내조에 넣고
나머지 한팀은 따로 만들어 자기들끼리 치게 했다..
제대로 연습도 못하고 비가 비내리는 속에서
내가 처음 머리 올리던 날 구박 받으며
정신없이 이리 저리 뛰어 다니던 생각이 난다..
처음 잔디밭에 섰을 때 막막했던
그 때의 경험때문은 아니지만
어째든 내가 누군가를 머리 올려 줄때는
나야 얼마든지 기회가 많기 때문에
머리 올리는 사람을 위해
다소간의 희생을 하며 될 수 있으면
최대한 편하게 해주려고 한다.
모두들 같이 웃고 떠들며 즐기는데
번번히 공을 제대로 맞치지 못하고
시원한 바람 속에서도 땀을 뻘뻘 흘리며
머리를 글쩍이며 모습에
내가 머리 올릴 때는
비가 와서 다행이었겠구나하는 생각에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나왔다..
조금 진행이 늦었지만 뒷팀이 우리 팀이어서
그런대로 한결 여유가 있었다
운동을 마치고 나와 저녘을 먹으러 들어 갔더니
마침 윤 사장이 일행과 옆방에 있다가 나와서 인사를 한다..
우리 일행들과 인사를 마친 윤 사장이 얘기 좀 하자고 한다.
지난 번 일에 대해서 애기 들었다면서
이런 저런 설명을 하며 그냥 편하게 생각하고 잊으란다..
많은 얘기를 할 상황은 아니었지만
내 생각을 확실하게 전해야 될 것 같아서
좋은 느낌으로 같이 즐겁게 어울려서 운동하는 것은 좋지만
다음부터 그런 식으로 하면 윤 사장하고도
공을 치지 않겠다고 내 생각을 솔직하게 얘기를 했더니,
윤 사장은 특유의 제스처를 쓰며 알았다고 한다..
어째든 여러가지로 나를 위해
배려해주는 마음이 늘 고마운데,
너무 지나치는 것 같아서
그 쪽에 가서 맥주 한잔 건네 주고
인사를 하니 멋도 모르고 환하게 웃는다..
굳이 멀리하며 경계할 필요도 없는데 편하게 생각하자...
윤 사장 일행이 먼저 떠나고
동래로 가서 같이 머리 올린 기념으로
술 한잔하며 즐기다가
조금 늦은 시간에 돌아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