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을 자리

화이트데이에....

들마을 2006. 3. 14. 23:16
살아가면서 기억하고 챙겨야 할 많은 날들...
생일, 결혼기념일, 제사처럼 가족들과 연계된 특정한 날도 있고
자신만의 추억이나 일들로써 간직되어 지는 날들도 있다..

요즘은 세상에 공개적으로 만들어진 날이 참 많다.
발렌테이 데이니 화이트데이, 33데이. 뻬뻬로데이, 블렉데이.....

오늘은 남자들이 좋아하는 여인에게
사랑을 담아 사탕을 선물해주는 화이트데이란다...

나도 나이는 들었어도 좋아하는 여인들이 있으니
세상 시류에 맞춰 내가 좋아하는 여인들에게 주기 위해
어제 포항에서 돌아 오면서 사탕을 사러 갔었다.

너무 예쁜 장식으로 포장해놓은 사탕들이 보며,
저런 예쁜 선물을 받는 여자들은
당연히 행복할 것이라는 생각을 하며
몇개를 사야하나 게산해보니, 제법 여러 개를 사야한다...

첫째로 우리집 여자들 두명,
매일 날 챙겨주는 사무실 여직원들,
이런 저런 인연으로 맺으며 신세진 사람들..
전해줄 수 있을지 어떨지 모르는 사람....

의외로 주어야 할 사람이 많다...

어째든 이 나이에도 챙겨주어야 할 사람이
제법 된다는 것은 기분 좋은 일이다..

생각보다 거금을 들여 선물을 준비해서 차에 실었다가
집사람과 딸 얘 것은 아침 새벽에 운동나갔다가 들어가면서
가져다 식탁에 올려 놓았더니
우리집 여자들 화살이 아들한테 쏟아진다..

아빠는 선믈을 준비했는데, 뭐하고 있느냐고....
딸은 한 수 더 떠서 자기는 쥐꼬리만한 용돈을 모아서
오빠 쵸코렛 선물도 했는데 너무 한다고 아우성이다...

전날 술 한잔하고 늦게 들어온 아들은
잔소리가 귀찮은지 아침밥도 대충먹고
얼른 일어서서 회사에 간다고 서둘러 나가버리더니
저녁에 들어 오면서 내가 사온 것보다
두배나 큰 것으로 사들고 와서 큰 소리친다....

오늘 저녘 때 사면
생화로 장식된 비싼 것들을 반값에 살 수 있어서 기다렸다고 ....

그 때 집사람이 하는 말
야 그런 소리하지말아...
아침 일찍 선물 받고 하루 종일 기분 좋은 것이 좋지
저녘에 아무리 좋은 것 받아 봐야 이미 늦은거야..
선물은 때를 잘 맞춰야하는거야..
다음부터는 조그만해도 좋으니 아침에 줬으면 좋겠다하며
가볍게 면박을 줘서 한참 웃었다.

어째든 살면서 서로에게 자꾸 무관심하고 소홀해지는데
서로 뭔가 기념하고 마음을 나눌 수 있다면
그 자체로 좋은 일이 아닌가한느 생각이 든다.....

물론 장사 속이 만들어낸 것이겠지만.......

그런데 여기저기 다 전해 주고도
덩그런히 아직 남은 사탕....

언제나 그랬듯이 연락을 기다리다
허전함으로 싸여서 덩그란히 앉아있다...

애초부터 내가 숫자를 잘못 계산해서 샀는가 보다..

주인없는 사탕처럼
내 가슴 속에 담겨있던 마음은
주인없는 사랑으로 남은 있는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