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을 자리

지리산

들마을 2006. 3. 11. 23:19

지리산을 참으로 오랫만에 찾았다..

황사가 안개처럼 덮고 있었지만
거대한 산자락은 변하지 않고
여전히 산을 찾은 봄빛을 안고
언제나 그 자리를 지키며
포근한 모습으로 나를 밎아 주고 있었다.

내가 힘들 때마다
무거운 마음과 몸을 털기 위해 찾던 곳이지만
그 곳에 남져진 또다른 기억들..

오랫만에 같이 산에 오르던 집사람이 웃는다...

서로가 살면서 부딪치며
서로가 힘든 것을 다 얘기할 수는 없었겠지만
옆에서 마음 상하고 힘들 때가 있었을텐데
언제나 믿고 지켜주고 있으니 고맙다..

서로를 힘들게 하는 아픔과 어려움도
결국 서로가 얼마나 끌어안고
이해할 수 있는가에 달려 있겠지...

무겁게 가라 앉았던 마음을 털어내고
가벼운 마음으로 내려오는 발길 끝에서
눈길 머무는 기억 하나가 호롯이 다가오지만
옆에 선 집사람을 바라보며
애써 쓴 웃음 속에 담아 버렸다...

오는 길에 인터넷에 소개된 조그만 절에 둘렀다..
비구니 스님들이 절 전체를 야생화..
아니 들꽃으로 꾸며 놓았는데
가꾸어 놓은 꽃밭에는 여린 고개를 내밀며 솟아 오르며
봄 햇살을 맞고 있었다..
한쪽에는 비닐 하우스를 꾸며 놓았는데,
스님들의 정성으로 참 많은 꽃들이 피어있었다..

이름없는 들꽃들은 자기가 받은 만큼
그렇게 아름답게 피어나는데
나를 비롯한 우리 인간들은 그렇지 못하니
이렇게 힘든가 보다...

비닐하우스에 스님들이 걸어 놓은
보우 스님의 구름과 나라는 시를 읽으며
결국 버리지 못한 욕심탓을 하면서
길가 꽃집에서 봄꽃 몇 송이를 사들고 들어 와
베란다에 가져다 놓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