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을 자리

가을 단상

들마을 2006. 9. 15. 16:10

가끔  낯익은 거리를 지나다

불현듯 떠오르는 기억의 벽 사이로 

사랑의 빛이 들면  지나간 사랑의 기억은

어떤 것이 먼저이고, 어떤 것이 나중인지

찾기 힘들게 엉켜버릴 때가 많다.

 

아마 한여름에 돌고 있는 선풍기 바람이

시원하기 보다는 약간 후덥지근하듯이

좋은 기억만 떠오르는 것이 아니기에

내 자신이 편하도록 내 기억들을 꺼내 각색하고

순서마저 마음대로 배열해서 놓았기 때문일 것이다.

 

한 때는 앞만 보고 살아온 세월이고

누가 살아주지 못하는 내 인생은 나의 것이라며

뒤돌아 볼 줄 몰랐던 내 모습이었는데,

어느듯 나이가 들면서 변해가는 모습은  

 

이제는 누군가가 뒤에서 불러 준다면,

아니 눈길만 주어도

가을 바람에 흔들리는 억새풀처럼

그 눈길에 묻어 따라가고 싶은 날도 있을만큼

이젠 지난 날들을

여유를 갖고 뒤돌아 볼 수도 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