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을 자리
결혼 기념일
들마을
2006. 10. 13. 02:35
결혼 기념일이라서 조금 일찍 집에 와보니
작은 놈이 꽃다발하고 케익을 사다 놓고
시험 공부한다고 도서관에 갔고
큰 놈도 날짜를 맞춰서 편지를 보내 왔다..
어째든 늘 곁에 붙어 있던 녀석들인데
이번 추석에도 같이 가지 못하고 떨어져 있었고
결혼 기념일에도 옆자리가 비어 있으니
갑자니 내가 나이를 든 것 같은 생각이 몰려 온다..
시간에 맞춰 예약한 식당에 도착해
같이 즐거운 식사를 하고 집에 돌아 와서
작은 놈이 오면 같이 케익을 먹으려고 기다리고 있다가
전날 잠을 못자고 꼬박 밤 세우며 보낸 피로와
저녘 먹으며 같이 마신 술 기운으로
나도 모르게 잠이 들고 말았다...
잠깐 자다가 눈을 뜨고 보니 밤 2시가 넘었는데
작은 놈 혼자서 시험 공부 하고 있었다..
선물 준비해줘서 고맙다는 인사를 하고
너 오면 같이 케익 먹으려고 기다리다
잠이 들었다고 미안해 하니까, 내일 저녘에 먹자고 한다..
하지만 난 내일 서울에 갔다가 와야 하기 때문에
내일도 안되니까
엄마하고 친구들을 불러서 같이 먹으라고 했다..
세상은 참 빠르다..
엇그제 결혼한 것 같은데 벌써 21년이 흐르고
얘들도 곁을 떠갈 만큼 컸으니.....
그동안 같이 살아 오면서 부딪쳤던
많은 일들이 주마등 처럼 지난다
그 많은 일들을 헤쳐오며
미안하기도 하고 잘못한 일이 많지만
그래도 좋았던 시간이 더 많았던 것은
그만큼 날 이해해주고 믿으며 버텨준 덕인가 보다..
늘 곁에서 묵묵히 지켜준 집사람이 고맙다..
건강하게 자라며 착한 우리 얘들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