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풍빛이 고와서...
오랜 가뭄끝에 가을비가 촉촉히 적시고 가며
아침 저녘으로 쌀쌀해지더니
며칠 사이에 사무실 뒷산에 서서히 단풍이 들기 시작한다...
요즘 여기저기 출장을 다니며
가뭄으로 말라 비틀어져
제대로 단풍도 들지 못하고 떨어지는 낙엽만 보던 터라
점심을 먹고 뒷산을 올랐다..
참 오랫만에 올라보는 길이다..
예전에 이 곳에서 공장일과 연구소 일을 맡고 있을 때
어려운 일이 있거나 생각할 일이 있으면
수시로 올라 보던 길인데...
조금 오르니 한 쪽을 중장비로 파 헤쳐져있다.
아마 누군가가 밑에 공장을 지으면서
매립토로 파내고 방치한 것 같다..
이런 골짜기 안에 와서 파헤치는 사람들도
제대로 관리를 하지 않는 공무원들도 참 문제다...
그 곳을 지나 내가 올라가서 쉬던 무덤가에 까지 오르니
오랬만이라서 그런지 제법 숨이 찼다..
지난 추석에 누군가가 찾아와 말끔히 단장해 놓고
꽂아 놓고 간 몇 송이 꽃들도 아직도 꽂혀있다..
단풍따라 별 생각없이 오른 길이지만
나도 모르게 여기와서 생각에 빠졌던
지난 일들이 주마등처럼 스쳐간다..
처음 이것저것 부딪치며 힘들던 일들..
개발이 늦어지고 난관에 부딪치던 순간들...
우연히 마주친 설레임으로 떨리던 생각들....
결국
마지막에는 이 곳에서 혼자만의 상상으로
나만의 즐거움과 행복함으로 지내던 순간들과
그 이후에 내가 빠져들었던 갈등 속에 머물렀다...
어쩜 이 곳에 머물며 상상 속에서 얻던
그 순간에서 머물고 말았더라면
짧지만 가장 아름다운 순간으로만 남았을거라는
아무 소용없는 생각으로 실없는 웃음짓고
겁없이 주위를 돌아다니는 다람쥐를 뒤로 하고 내려 왔다...
보고 싶고 목소리도 듣고 싶다는 생각이
사무실에 돌아와서도 멈추지 않는다......
은행에 가는 길에 전화를 걸어 보았다..
통화가 되지 않는다...
아마 이렇게 이런 식으로 하나씩 멀어져 갔다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