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꽃향기

나는 사랑이란 말을 하지 않았다

들마을 2007. 3. 7. 09:58

지금은

이름조차 생각나지 않는 얼굴이
비 오는 날 파밭을

 지나다 보면 생각난다.

무언가 두고 온

그리움이 있다는 것일까
그대는

 하이얀 파꽃으로

 흔들리다가 떠나는 건..


모두 다

 비가 되는 것이라고

 조용히 조용히
내 안에 와 불러 보지만

나는 사랑이란 말을 하지 않았다.

망설이며

뒤를 돌아보면서도 나는 입밖에

그 말 한마디 하지를 못했다.


가야할 길은 먼데
또 다시

 돌아올 길은 기약 없으므로..

저토록

자욱이 비안개 피어오르는

 들판 끝에서
이제야 내가 왜 젖어서

날지 못하는가를 알게 되었다.


어디선가

낮닭이 울더라도

새벽이 오기에는
내가 가야 할 길이 너무 멀므로..


네가 부르는 메아리 소리에도
나는

사랑이란 말을

가슴속으로만 간직해야 했다.

 

 - 최돈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