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을 자리

시월은...

들마을 2007. 10. 8. 16:48

    가을 빛깔이 아름다운 시월은 긴 세월두고 켜켜이 쌓인 먼지같은, 작디 작은 울적함부터, 어느 해인가 미친 듯 살다가 떠난 사람의 닫혀진 창문 안에 타는듯한 불꽃처럼 칠해졌던 오랜지 색과 빨간 물감으로도 끝내지 못했던 그 사랑까지 가슴에서 불현듯 뛰쳐나온다.
    숨었다가 달력에서 튀어나온 시월은 물과 바람이 반반씩 섞여서 찰랑거리지도 메말라지지도 않지만 한없이 사람의 가슴을 메마르게 하며 까닭없는 슬픔으로 하늘을 바라보게 하는 그것이 나의 10월이다.
    가는 나무 한 가지에 살찐 참새가 줄줄이 일직선을 그리고 그 가는 나무 가지로 뜻 모를 한숨이 줄줄이 이어질 때 한동안 미루어 놓았던 여행을 하기에 시월은 가장 좋은 달이지만, 미루고 미루어 놓았던 이별도 아프게 남겨 두었던 마음을 버리기도 시월은 가장 잘 어울리는 달이다.
    조금은 을씨년스러운 바람이 부는 날 내가 보았던 눈물겨운 것들도 그냥 낙엽처럼 가을 숲에 묻으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