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을 보고 잠시.....
갑자기 연락받은 장 상연 사장님 빈소를 지키며 참 많은 생각을 했다. 사람이 살아가면서 인연을 맺어 그 인생이 바뀌기도 하는데 내 삶에 있어서 그 역할을 한 몇 사람들 중에 한 분이다. 먼저 회사를 그만두고 다시 학교에서 공부를 하려고 했을 때 경력 사원으로 나를 입사시켜 주셨고 어떤 때는 말도 안 되는 지시와 과제를 넘겨서 힘들게 하셨고 수없는 에피소드와 일화를 남길 만큼 괴팍한 성격으로 많은 사람들이 이런 저런 소리를 했지만 나에게 잇어서는 늘 특별한 존재로서 회사를 그만 두실 때까지 늘 곁에서 밀어주시고 힘이 되어 주신 분인데 결국 암으로 세상의 끈을 놓으셨다. 누구나 영속할 수 없는 한정된 삶을 가지고 자기에게 주어진 만큼의 시간을 먹고 사는 게 맞나 보다. 결벽증에 가까울 만큼 그렇게 건강에 집착을 하고 관리하셨는데도 결국 자기에게 주어진 시간을 연장할 수는 없었으니.... 얼마 전에는 건강이 많이 좋아지셔서 외출도 하셧다기에 구정 때는 몇 사람과 같이 찾아뵙고 인사하려고 햇엇는데 결국 생전에 다시 뵙지 못하고 말았다. 아마 누구나 자기에게 주어진 만큼 가다가 자신이 걸어 온 발걸음을 세며 신발에 묻은 기억들을 털어내고 마지막 숨소리를 들으며 그렇게 가는 게 맞는가 보다. 아침에 빈소를 나오면서 갑자기 지난 해 작은 녀석 핑게로 자주 찾아뵙지 못한 인천 부모님 생각이 났다. 요즘은 작은 녀석 입시 결과 때문에 신경 쓸까 봐 맘대로 전화도 못하시고 전화 오기만을 기다리시는 부모님들... 전화를 드렸더니 아침 일찍 걸려온 전화에 놀라셨는지 걱정 어린 목소리가 먼저 들려오기에 그냥 안부 전화라고 햇더니 여전히 자식과 손주들 걱정하시며 작은 녀석에게도 입시 부담 주지 말라고 당부하신다. 올해에는 좀 더 많은 시간을 내어서 찾아 뵈야겠다. 집에 돌아와서 큰 녀석에게 전화를 하라고 시키고 혹시 작은 녀석이 서울에 있는 대학에 입학하게 되면 난 부산에서 큰 녀석과 있을테니 같이 따라 가는 것도 한 번 생각해보자고 했다.
그래야 처가집이나 인천 집에 좀 더 자주 찾아 뵐 것 같아서... 이제 한 살씩 더 먹으며 늙어가는 나이 탓인지 자꾸 주변에서 이런 일이 있을 때마다 결국 내 주위에 있는 사람들과 내게 주어진 시간이 한해가 더 줄어들었다는 생각에 자꾸 마음이 쓸쓸해지고 허전해진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