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을 자리

너와 나

들마을 2008. 2. 25. 09:23

요즘 들어  나이를 한 살 더 먹은 탓인지 자주 이런 생각을 한다

남들보다 참 많이 알고 있다고 생각하며 살았는데

도대체 모르는 게 너무 많다

또 알고 있던 것들도 잘못된 것이 너무 많고....

결국 내가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 자체가 자만이다.


내가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들은 아무 것도 아니였는데....

그런데 참 희한한 것은 옛날에는 내가 뭘 모르면 화가 났고

밤을 새워 가면서 어떻해서라도 관련된 자료나 책을 구해서

열심히 배우려고 노력을 했었는데

이젠 몰라도 특별한 경우를 빼고는

그저 그려려니 하고 지나쳐 버리고 만다.


내가 왜 이렇게 됐는지 모르겠다.

나이 탓인지....

모르는 것에 대해 알려고 노력도 안 하는

내 모습을 보면서 한숨이 나올 때가 있다..


예로 업무상 필요하고 중국에 출장도 자주 가니까

예전에 일어공부 할 때처럼 중국어를 열심히 노력했으면

지금쯤은 엄청 잘 할 텐데...


이젠  내 마음 왜 이러는지 모르겠다.

하긴 이제 더 알아가며 힘들게 고생하지 않아도 된다는 생각이

내 머리 속 어느 구석에 뿌리를 내리며 크고 있는 것 같다..

아는 것도 다 써먹지 못할 텐데 하면서....


어쩌다가 한번씩 만나는 사람들과 얘기를 하다보면

때로는 한번도 들어본 적이 없는 얘기를 한다.

그만큼 이미 세상은 변화를 하고 있고

그것도 점점 가속도를 붙이며 달리고 있는데

아직도 그 변화에 무감각하게 사는 내 모습은

얼마나 무모하게 덧없이 살고 있는지 모르겠다.


이미 내가 상상 속에서 꿈꾸며 그리던 미래의 모습도

이젠 현실 속에서 부딪치며 하나 둘씩 깨져 나가고 있고

내가 주도하며 지내던 시간은 더 더욱 아닐 텐데...

아직도 그림 속의 마을처럼 편한 세상을 꿈꾸고 있는가 보다.


늘 자만에 가까운 자신감과 독선적일 만큼 컸던 오기로

가장 열정적으로 살았던 시절들..

그 마지막 시절을 태우고 남은 무기력 증세가

적응하기 쉬운 환경을 찾아 스스로 안주하도록 하는 것 같다.


이런 식으로 살면서 따라가면 어디가 나올까?

마지막 내가 살아가다가

마지막 꼭대기에 올라가보면 무엇이 보일까?

그 때 내가 할 수 있는 일들은 무엇일까?

내가 살아오면서 만났던 인연과 세상일들..

그것들을 다시 돌아 볼 여유나 있을까?



어쩌다가 마주쳤던 사람들..

어쩌다가 부딪쳤던 일들...

어쩌다가 우연히 마주보며 힘들었던 순간들...

그 모든 것들이 그냥 어쩌다 마주치는 우연이 아닌

숙명으로 마주쳤던 인연이었을지라도

이제 세월 지나면 어떤 때 어떤 이유에서 만났는지

어쩌면 이름조차도 기억에 남기지 못하고

그냥 어딘가 지나가다가 우연히 보게 된

그런 모습으로 남게 될지도 모른다.


너와 나

우리가 아름답게 반짝 눈을 마주쳤던 그 만남도

차창 가를 스치며 아주 짧은 동안 아름답게 지나간 풍경처럼

그런 우리 인연도 그렇게 서로의 가슴에서

하나 둘 사라지며 잊혀져 간다는 것이 너무 너무 슬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