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꽃향기

멀리있어도 사랑이다

들마을 2008. 11. 18. 11:52

 

눈앞에 당장 보이지 않아도 사랑이다.


어느 길 내내, 혼자서 부르며 왔던 어떤 노래가

온전히 한 사람의 귓전에 가 닿기만을 바랐다면,
무척은 쓸쓸했을지도 모를 서늘한 열망의 가슴이 바로 사랑이다.

 

고개를 돌려 눈길이 머물렀던 그 지점이 사랑이다.
빈 바닷가 곁을 지나치다가 난데없이 파도가 일었거든 사랑이다.

 

오래전에 비롯되었을 시작의 도착이 바로 사랑이다.
바람에 머리카락이 헝클어져 손가락 빗질인 양 쓸어 올려보다가,
목을 꺾고 정지한 아득한 바라봄이 사랑이다.

 

사랑에는 한사코 진한 냄새가 배어 있어서,
구름에라도 실려오는 실낱같은 향기만으로도

얼마든지 사랑이다.


갈수 없어도 사랑이다.
혼이라도 그쪽으로 머릴 두려는 그 아픔이 사랑이다.

 

멀리 있어도 사랑이다.

 

-  정윤천 <멀리있어도 사랑이다>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