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을 자리

노을

들마을 2008. 11. 28. 1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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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물지 못하고 흘러가는 세월처럼

무언가 잃어 간다는 것은
하나씩 성숙해 간다는 것이다.


수없이 많은 것들을 웅켜잡고

매달려 보았지만

지금은 더 이상 잃을 것이 없는 때 ...
돌아보면 문득 나 홀로 남아 있다.


가슴에 씨뿌리며 마음을 담았던

그리움에 목마르던 봄날 저녁

속절없이 불어오는 바람에
분분히 지던 꽃잎은 얼마나 슬펐던가 ..


몸에 익숙해졋던 욕정으로

뜨겁게 타오르던 여름 한낮

화상 입은 잎새처럼

늘어진 마음은 또 얼마나 아팠던가 ..


지금은 모든 것을 비우고

더 이상 잃을 것이 없는 때

솜털처럼 가벼워진 날개 위에 

외로운 마음 하나 걸려 있을 뿐이다.


노을이여,
네 마지막 숨결을 슬퍼하지 말자.


마지막의 이별이란

이미 이별이 아닌 또 다른 시작으로
마음과 마음이 어울린

또 하나의 만남을 향한 발걸음이다


우리는
하나의 아름다운 이별을 갖기 위해서

또 다른 만남을 위해
이렇게 오늘도 잃어 가는 연습을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