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을 자리

상처

들마을 2009. 3. 19. 17:22

살면서 넘어지고 부딪치며

내 몸과 마음에 여기저기 생기는 상처들

대부분 세월이 흘러

흐려지고 지워지며 사라지지만

 

어린 시절 인두를 가지고 놀다 다친

손 목 위의 화상 자국,

초등학교 시절 책상에 다친 이마 위의 상처,

친구들과 캠핑 가서 다쳤던 정강이의 화상과

운동하다 찢긴 넓적다리 위의 자국처럼

 

긴 세월이 흘러도 지워지지 않고

내 분신처럼 남겨진 흔적들


얼마 전 길을 걷다가

정말 오랫만에 무릎을 땅에 찍으며 넘어졌다


바지는 멀쩡하지만 무릎이 너무 아픈데

주위의 시선을 의식해서

아무렇지 않은 척 해야 했다.


조금 전과 똑같은 모습으로

씩 웃으며 그냥 태연히 걸으며

정말 이건 아닌데 너무 아픈데 하면서도

똑 같은 발걸음으로 걸었다

 

아픔을 참으며 한참을 걷다가

아픔이 가셔서 주위를 둘러보니

똑같은 거리의 똑같은 소음과

똑같은 무표정한 사람들의 얼굴뿐이다.


세상을 살다보면

가끔은 이렇게 남에게

표현하지도 못하는 보이지 않는 상처가 늘어난다.


그냥

일순간 아프다 사라지는 상처야 별 것 아니지만

흔적도 없이 가슴을 저리는

아픈 마음들을 안고 어디로 가야할까

어디로 가고 있는 걸까

끝도 없는 내 물음으로 망설이고 있는데도

시간은 무심하게 흘러가버린다..


가끔은 기다리고 있었다고

보고 싶다고 말을 해보고 싶지만

채워질 수가 없는 마음은 결국 쉼표가 필요했고

마침표가 필요했다.

 

결국 살아가며 다시 아파도 할 수 없고

또 다시 어디가 깨져도 할 수 없는 것이다.

지금 내게 필요한 것은 아무렇지도 않은 듯이 

다시 걸음을 걸을 수 있는 것이니까...

 

그대 돌아오면 /거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