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을 자리

원점에 서서....

들마을 2009. 8. 2. 15:17

기억의 한 부분을 도려내고

이제는 편해지려고 했는데 8월이 흔들린다

 

세월이 기억들을 지우지 못하면

내가 바람처럼 빠르게 만지고 지나가면서

기억들을 흐릿하고 만들면 되는건데...

그렇게 하면서 지워버리면 되는건데.....

 

찜통같은 8월에 땀내나는 바람을 잡을 수 없다면

차라리 내가 흔들리면 되는건데...

편두통 환자처럼 자꾸 내 이마에 손을 얹게 된다.

 

정말 언제 끝날 걸까? 

이 8월의 땡볕같이 힘들게 하는 기억들은.....

 

기억이란 것도 잡고 있는 끈을 놓으면

세월이 다 알아서 지워주는 것인데

다만 내가 놓지 못하고 있는 탓이겠지...

 

이제 이 더위도 조금만 있으면 다시 가을이 오고

그러면 거짓말같이 언제 그렇게 더웠었어..? 하고 반문하듯이,

이제 흔들리고 힘든 이 8월도 가면 9월이 오고

그럼 살만한 가을이 오는 것처럼...

그렇게 힘들었던 기억도 결국 잊혀지겠지...

 

어째든 때로는 살아있는 건 다 아픈거다

마음을 함께 못하고 살아간다는 것은

어떤 모습을 하고 있던 간에 다 힘든거다

 

겨울을 버텨내고 꽃을 피우는 일이 힘든 일이지만

그 꽃이 지는 일도 너무 아픈 일이듯이

세상에 존재하는 것 중에 쉬운 일은 하나도 없고

마찬가지로 가슴에 뭔가 이유가 없는 사람은

세상 사람 어느 누구도 하나도 없는 것 같다.

 

하지만 그래도 우리가 이렇게 살아갈 수 있는 건

어느 날의 숨 막히도록 아름다웠던 기억 속에

살 냄새를 가득 풍기는 소나기가 있었기 때문 일꺼다

그런 사람이 기억 속에 남아 있기 때문일꺼다

 

어째든 8월은 곪아 터진 상처 같다.

이제 고름이 빠지고 선홍빛 피를 흘리고 나면

상처에 다시 새살이 돋아 나올 것 같다는 느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