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을 자리
가을맞이
들마을
2009. 9. 25. 14:39
그래 이젠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말자.
우리가 만나는 시점에 서서
지난 시간 속에서 우리가 잃어버린 것들은
마지막 노을처럼 아름다움으로 마무리하기에는
우리는 너무 많은 세월을 잃어버린 것인가 보다.
모든 게 쇠락하는 가을 자락에 서서
마지막 소리를 외치며 떨어지는 노을이나 바라보자.
씁쓸하지만 그냥 죽은 기억으로 바라보도록 하자.
가슴에 심어둘 첫사랑도 아닌데..
무에 그리 아쉬워하며 남겨두어야 하겠나?
한 때나마 미칠 일 하나 있었다는 그것만으로도
어쩌면 더없는 축복이었다고 생각하자.
너무 아쉬운 사랑이야기 때문이라고?
변하지 않은 채 늘 그 자리에 있겠다고...
오직 한 사람만을 위하며 기다림 속에 있겠다고 했지만..
이미 우리는 너무 긴 침묵 속에서 그리움을 죽였고
대답 없는 침묵에 질식한 기다림도 멀어져 갔다.
이제부터는 새로운 가을을 열어야하는가 보다.
여전히 아름다운 꿈을 꾸고 싶은데..
더 이상 꿈을 꿀 수가 없다.
아마 나는 이미 아름다운 꿈을 꿀 수 있는 힘을
너를 통해 다 소진하고 말았나 보다.
끝내 풀어 놓지 못하고 버리지도 못한 채
마음속에 남겨두었던 내 혼자자만의
그리움으로 태어난 기다림이
소리 죽은 가을 강가에 홀로 선 갈대처럼
젖은 몸으로 흔들리고 있지만
그래도 누구인가 기필코 꼭 만나고 싶은 가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