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을 되뇌이며......

휴대폰이 모든 통신 수단의 중심이 된 요즘
최근에 나이든 우리들 또래들도 3G 기종으로 바꾸면서
010으로 전화번호 이동이 많아져서
지난 년 말 년 시에 안부 메세지를 통해서 온 번호들 중에는
특히나 최근에 연락이 없었던 사람들은 누구냐고 물었다가
괜히 내가 홀대한 것 같아서 민망하기까지 했다.
예전에는 조그만 수첩에 일일이 기록하며 외워서 그런지
몇 십 년 전에 외웠던 전화번호들을 아직도 기억하는데
요즘은 전화기에 입력을 해놓고 사용하다보니
내 머릿속에 기억된 전화번호들의 용량이 몇 개 되지 않는다.
나이 탓인지 새로 전화번호가 머릿속에 입력도지 않을 뿐 아니라
자주 쓰는 전화번호 뿐 아니라 집 전화번호까지도
순간적으로 떠오르지 않는 경우도 종종 있다.
그러다보니 몇 년 전에 갑자기 핸드폰의 메모리가 깨져서
내장된 전화번호가 몽땅 날아가서
여기 저기 명함이나 메모를 찾기도 하고
심지어 주변에 물어서 복구를 하기도 했지만
어떤 전화번호들은 전화를 걸어 올 때까지
한동안 필요한데도 전화를 못해서 애를 먹기도 했고
기억도 못하고 서로의 인연이 뜸해서 연락도 없는
일부 전화번호는 결국 잊혀진 일이 있었다.
그 때 결국 내가 택한 방식은 아날로그 방식으로
다이얼리 주소록에 일일이 기록을 해서
보관해 두는 길을 택할 수밖에 없었다.
그 때 생각이 나서 컴퓨터에 저장된 주소들과 전화번호를
다시 다이어리를 옆에 놓고 새로 확인한 전화번호들과
일일이 대조를 하며 옮겨 적었는데
모르는 번호들이 너무 많아서 정리하는 것도 큰일이었다.
주소록을 적으며 중간 중간에
요즘은 관계가 뜸해진 이름을 볼 때마다
일부러 전화를 해서 인사를 나눴다.
사람들 이름을 하나 볼 때마다 참 많은 기억들이 떠오른다.
오랜 인연으로 같이 지내는 친구들과 동문들..
한 때는 같이 고생하며 지냈던 옛 직장 동료들..
우연하게 만나서 인사를 했던 사람들..
혹시 부탁할 일이 생길지도 몰라서 챙겨놓았던 사람들..
너무 야속하고 힘들게 했던 사람들..
이제는 이름만 남고 연락할 길이 없는 사람들..
이런 저런 인연들을 챙기고 정리를 다하고 나니
나도 누군가의 기억 속에서 사라지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나도 누군가에겐 꼴도 보기 싫은 악연일 수도 있고
누군가의 머릿속에서 그냥 혼자 맴돌다 가는 기억일 수도 있다.
언젠가 새로 예전 사람들을 만나러 다니며 느꼈던 생각처럼
내가 필요한 사람과 나를 필요로 하는 사람들에게
지금의 인연을 소중히 여겨야한다는 다짐을 했다.
정말 내가 만난 내 인연을 아름답게 가꾸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