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을 자리

돌이키면 때론 행복하기도 하다

들마을 2010. 1. 21. 16:06

나에게 인연이란 어떤 것일까?

가끔 불현둣 떠오르는 기억들의 침묵 속에서

나는 가끔 그렇게 자문한다.

 

한참을 달려갔던 언덕 길에 주저 앉아서

서서히 잦아드는 심장소리를 들으며

허공으로 퍼지던 긴 숨소리들...

자기가 태어난 강을 향해 되돌아가기 위해

열심히 물살을 거르고 오르는 연어들처럼

같이 부딪쳤던 힘들어 했던 시간보다

몇 갑절은 더 오래된 긴 시간을 거슬르며

망각을 향해 멈춰섰던 시간을 붙잡고 

검게 변하며 길게 늘어서는 기억들을

일일이 들여다 보며 하나 둘씩 돌려 세운다.

 

화사한 꽃들이 향기를 뿜어내던 날들..

무지개같은 축복이 쏟아지는 날들..

슬픔처럼 비가 내리던 날들..

꽃잎 날리던 바람 부는 그런 날들..

땀 흘리며 열심히 달리던 날들..

참기 힘든 아픔과 슬픔으로 가슴 미어지던 날들..

목 매달은 그리움으로 가득하던 날들..

모든게 살아오며 차곡 차곡 쌓였던 흔적들이다.

 

세월따라 하나 둘씩 사라져 버리고

모든게 밋밋해지는 감정 속으로 빠지는데

그나마 여전히 살아 남아 있어서

내 곁을 지켜주는 이러한 조그만 흔적이  

어쩜 연어들의 늙은 회귀처럼

때때로 되돌아 갈 수 있다는 것은 행복한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