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을 자리
연민
들마을
2010. 2. 17. 16:52
내가 사랑하지 않았던 것이 아닌데
사랑하지 않는 것도 아닌데
내 마음이 그저 길과 같아서
내 마음이 그저 바람과 같아서
그냥 추억과 같은 사람이 되고 말았다.
숨이 막힐 것 같은 아쉬운 시간들을 보내며
언젠가 온 몸이 흠뻑 젖도록 맞았던 빗줄기같이...
어린 시절 잃어버린 장난감같이..
술에 취해 비틀거리며 바라봤던 별빛같이...
무엇인가 아련한 기억 속에 남겼지만
잠에서 깨어나면 생각나지 않는 꿈처럼
그렇게 나를 스쳐 지나간 것 같다
바람 속에 스며들던 노란 불빛 사이로
사람들 사이에 먼지처럼
가루가 되어 사라지고 싶던 순간에도
내 안에 붙들고 있던 그리운 이름인데
벌써 기억들이 간간히 부서져버리고
가슴에 새긴 그 이름을 잊게 하고 있다.
결국 이렇게 가끔 생각하다
언젠가는 기억도 나지 않게 되겠지....
내 감정이 최절정에 달할 때
내뱉은 그 말들이
그 사람 가슴에 꽂혀 상처가 되는 줄
왜 시간이 지나서야 깨닫는 걸까
그 사람을 만난 지 수년이 흘렀건만
나는 왜 모든 것을 포용하는 바다처럼
그 사람에게 너른 안식처가 못되었을까.
힘든 게 있으면 힘들다고 말하면 되는데,
사실 그게 정말 힘들었던가 보다.
한숨 푹 자고 나면
마음 저 밑바닥으로 가라앉을 말들인데
미안하다는 말과 함께 보내온 문자 메세지 안에
떠나던 뒷모습이 자꾸 아른거리고
생활의 고단함이 느껴지며
괜히 가슴이 찡하고 아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