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을 자리

흰나비의 꿈

들마을 2010. 12. 9. 14:47

세상 모든 것이 변하는 계절이다.

앙상한 모습으로 조금 남았던 마른 나뭇잎도

결국은 며칠 동안 불어댄 바람에

시름시름 어디론가 종적을 감추고

갑작스레 다가온 것 같은 겨울을 증명이라도 하듯

하얀 눈이 밤새 찔끔 내렸다


미국 연수 준비한다고 정신없이 바쁜 작은 녀석

어려서부터 유난히 웃음이 많고

허물없이, 스스럼없이 주변과 잘 어울려서

귀여움을 독차지하던 녀석이지만

늘 철부지 같아 안스럽게 바라만 봤는데

어느 새 훌쩍 커버린 모습으로 이별을 예고하고 있다.

 

미처 마음의 준비를 하지 못해

허전하기도 하고 조금 당황스럽지만

우린 이제부터 오랫동안 비워질 자리를 보며

자식과의 헤어짐을 익혀야 하고

또 다른 기다림을 몸에 익혀야 할 것 같다.

 

나도 그랬듯이 어차피 자식이란 나이가 들고 크면

부모 곁을 떠난다는 것을 잘 알고 있지만

나이를 먹을수록 자식에 대한

조바심과 후회들이 자꾸 자라는 것 같다.

 

가끔 부모님께 안부 전화를 드리면

이런 저런 얘기 사이사이 빠지지 않고 하시는 잔소리처럼

외국에 가서는 이런 저런 것들을 조심하고

늘 비상시에 대비해서 이런 저런 준비를 하라는 등등...

나도 모르게 불쑥 불쑥 표출돼 당황스럽다.

일부러 떠나보내거나 멀어지는 것은 아니지만

늘 친구처럼 데리고 다니며 같이 지내던 집사람은

딸을 혼자 멀리 보내야한다는 아쉬움과 허전함으로

가지고 갈 물건들을 준비하며 더 공황 상태인 것 같다.

 

녀석이 스스로 크기 위해 고치 속에 들어가

자신의 모습을 얻기 위해 성장하는 시간 동안

잠시 기다리다 보면 마냥 아이였던 녀석이 

조금 더 큰 어른으로 다시 돌아오면서

그리움은 또 다른 기쁨으로 채워질 거라고 해도

곧 비워질 작은 녀석의 자리가 자꾸 의식되는 것 같다.

 

이제 곧 떠나갈 시간이고

멀리 떠나간 녀석이 그리워지겠지만

어째든 이제 조금 초연한 모습으로

녀석이 자기가 목표한 성취를 이룰 수 있도록

열심히 성원해주고 기다리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