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을 자리

남은 기다림

들마을 2011. 10. 21. 09:16

그 때는 이토록 끈질기게 붙잡고 있을 줄은 미처 몰랐다.

가슴 속 곳곳에 숨겨진 감정들..

머릿속 구석 구석에 남겨진 기억들..

아무리 부인하고 털어버리려해도

어쩜 삶의 보석처럼 감춰져 있는 것을.

정말 그토록 커다란 공간인 줄 몰라서

내 자신에게 그래서 미안했다.

 

한시도 떠나보내지 못하던 지난 날들의 기억들

이렇게 끝없이 맗은 하늘과 눈부신 햇살을 보며

설레임과 당혹감이 부딪쳤던 그 순간들이

말없이 다가오며 손짓한다.

 

늘 마치 시한 폭탄처럼 바라보며 안스러워야했던 순간들

한 편으로는 진심을 보여주려고 애쓴 그 마음이 고마워서...

폭풍이 몰아치듯 소용돌이 속에 휩싸이며 넘기던 

깍아지른 절벽같은 아슬 아슬한 순간들

멀리 지나간 시간의 수평선에 시선을 맞추고

세월이 나에게 남겨준 마음을 조용히 느껴본다.

처음에 가볍게 스쳐지나 가던 기억들이

조용한 파문을 일며 찰랑거리더니

금새 다시 격랑처럼 일렁거린다.

 

하지만 그것도 한 순간

그 시간들이 남긴 기억들을 등지고 섰다.

결국 아무 곳에도 쓸데없는 감정의 잔재들..

그토록 힘들게 했던 것들을 멍하고 바라보고 있자니

번쩍 머리를 치는 새로움이, 나의 남은 푸르름이

영혼까지 말갛게 물들이며

바쁜 발걸음에 비로서 마음이 다시 차분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