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을 연가
자화상
들마을
2011. 12. 12. 09:18
내가 보내는 이 시간들은
이미 나의 것이기 보다는
가슴 속에서 지워진 망자의 몫이다.
한 때 가쁘게 내뿜던 숨결의 의미는
오직 내가 선택한 사랑을 위한
멈출 수 없는 약속이었지만
나는 이제 과거의 내가 아니다.
어둠고 힘들었던 나를 향한
또 다른 빛나는 약속이 있기에
이제 기억들을 두려워하지 않으리라.
새로운 희망과 믿음으로
끈질긴 기억의 잔재를 털지 못하면
내가 원하는 새로운 존재로
거듭날 수 없음을 알기 때문이다.
수 없이 죽었다가 다시 살아나던
기억들이 새로운 존재로 탄생하며
떠나간 시간이 돌아오지 못하듯
내 숨결의 의미가 달라지며
길고 긴 고통의 시간 속에서
마침내 숙명같던 기억의 죽음은
새로운 생명으로 태어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