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을 자리

봄불

들마을 2013. 5. 31. 10:52

갸냘픈 잎새를 피우던 것이

엇그제 같은데

깊어진 푸른 나뭇잎 사이로

벌써 여름을 향하며 달리는

녹음이 짙어진 앞 산을 보며

커피 한 모금 입에 머금고

눈을 감으며 지난 일들을 떠올리면

영화에서 주인공이 등장하듯이

약속이나 한 것처럼 미소가 번지며

그 얼굴이 다가온다.

 

늘 가슴을 허전하게 뚫으며

뒤도 안돌아보고 가는 바람따

한 장 한 장 넘겨지는

기억 속에 담긴 그리움처럼

봄날은 하염없이 늘어져 가지만

떠오르는 순간 순간 속에서

별 꾸밈없이 새 소리같이

조잘 거리던 그 사람은

길을 잃은듯 제자리에 맴돌며

기억 속에 담긴 시간 속에 머물러

돌아서지 않는 시간만 잡고

여전히 추억을 불러내는 목소리로

내 가슴 속에서 유영을 한다.

 

이토록 오랫 시간이 지나도

그 봄에 피웠던 불씨따라 

여전히 피워 오르는 기억들

혼자서는 잠재울 수 없으니

앵앵 사이렌 소리를 울리며

달려오는 소방사처럼

기억 속의 불을 끄기 위해서는 

그 사람이 필요한가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