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가
서울 쪽은 지리한 장마로 연일 물난리인데
여기는 줄곧 사람을 금새 지치게 하는 무더위의 연속이다
제대로 비 한번 내리지 않고 곧 장마가 끝날 것 같다.
이 때쯤 모두들 무더위를 피해 휴가를 떠날 준비를 한다.
지난 주에 제주도로 3박 4일 간 교육을 다녀온 터라
미안한 마음에 대놓고 휴가 얘기를 꺼내지 못하고
주변의 눈치를 보며 휴가 계획을 짜 본다.
이제 얘들과 같이 여행할 기회가 점점 줄어들기에
큰 녀석 휴가에 맞춰서 동해안 여행을 다녀 오기로 했다.
다행히 작은 처남이 설악산에 콘더를 구해주고
친구 승식이가 춘천에 콘더를 예약해줘서 숙소를 해결했는데
막상 내가 회사일 때문에 시간을 내기가 어렵게 됐다.
다시 이런 저런 생각을 하며 방안을 찾아본다.
식구들 먼저 차로 동해안으로 출발하고
난 포항에서 버스를 이용해서 속초에서 만나기로 했다.
다시 구름만 잔뜩 낀 하늘을 본다.
낮게 깔린 구름이 더운 열기를 품고 있는지 더욱 더 덥다.
심호흡을 하며 한숨을 내 뺃는다.
정말 이젠 나이를 먹었나 보다.
예전에 젊을 때는 그저 놀러가는 것만 생각했지
가는 도중에 겪는 고생은 걱정도 안했는데....
역시 살다보면 늘 파란 꿈만 가득했던 시절이 좋은 것이다.
내 일의 꿈이 있고 내 일이 기다려지던 그날들
그 때는 모든 게 역동적이고 즐거웠건만 지금은 아니다.
휴가를 준비하면서도 즐거움 보다는
이것 저것 걱정과 불편함이 떠오른다.
우리의 나이만큼 마음도 멀리 떠나간 모양이다.
8월을 처음 시작하는 무더운 오늘,
휴가를 준비하며 바삐 돌아다니던
20대의 젊은 시절을 생각하며 지난 추억에 잠겨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