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을 자리

그냥

들마을 2016. 5. 20. 16:34


소리 없이 적시는 안개비 따라

한동안 저멀리 잊혔던 기억 속에서

불현듯 예고도 없이 찾아온 불청객이

세월에 묻혔던 시간의 때를 훌훌 벗기며

망각 속에 묻힌 보석같은 사연들로

아름답게 수를 놓아 커튼처럼 두른다.


한 때의 격한 감정의 소용돌이 속에

이해할 수 없는 순간 순간들이

남겨놓은 돌이킬 수 없는 상처로

긴 시간을 두고 힘들어 하며

겹겹히 쌓였던 인고의 고통들


그것들은 벌써 제 갈길로 멀리 떠나고

언젠가부터 애써 잊고 있었던

처음의 설렘은 간절한 그리움으로

힘들게 모든 것을 정리했던 이성은

한 순간에 원초적 감정으로 바뀌어

나만의 희열로 온 몸을 감싸며

또 다른 느낌으로 다가온다.


언제 어디서부터 그렇게 잘못됐을까?

아직도 그 이유를 정확히 모르지만

모질게 버틴 모든 것을 젖혀두고

나 혼자 만의 상상의 나래 속에서

하나 둘씩 제자리에 돌려놓고

긴 침묵으로 추억 속에 빠져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