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을 자리

소나기

들마을 2016. 8. 24. 09:38

한달 넘게 찜통같은 날의 연속이다.

밤에도 계속 열대야에 잠을 못자고 시달렸지만

그나마 지난 주 까지는 브라질 올림픽 중계가 있어서

에어컨을 켜 놓고 보며 버티고 있었지만

여전히 가시지 않는 더위는 정말 힘든 일이다.

어제는 처서라고 갑자기 소나기가 내리더니

기온이 뚝 떨어져 에어컨이 역활을 잃어버렸다.


해마다 한 여름에 태풍이 한 두개 지나가며

며칠씩 비가 내려서 해수욕장들이 울상을 짓기도 하고

소나기가 내려 잠시나마 더위를 덜었는데

올해처럼 소나기가 내리기를 기다렸지만

만나기 힘들었던 여름이 드물었던 것 같다.


인천 본가는 바람이 잘 통하여 시원해서

선풍기로도 충분하가며 여름을 나시는 부모님들께

너무 더워 에어컨을 놓아들여야겠다고 했더니

막내 여동생이 설치해드렸다고 연락이 왔다.

멀리 있는 내 대신에 부모님들 곁에서 지내며

늘 이것 저것 챙기고 있는 동생들이 고맙다.


피난 나오셔서 먹는 것 마저 부족한 상황에서도

우리들을 억척스럽게 공부시키며 늘 고생하셨기에

지금 쯤은 좀 편히 누리고 사셔도 될 여건인데도

그동안 살아오신 습관 때문에 변하지 못하신다.

쇠약해진 육체만큼이나 정신도 약해지셨지만

여전히 자식들 부담될까봐 하는 걱정뿐이니

나이가 들수록 자꾸 지난 일들에 맘이 매인다.


이제 한달만 있으면 추석이 될텐데

부모님이 생전에 그토록 가보고 싶어하시는

황해도 연백은 언제나 가볼 수 있을까?


인천에서 출발하면 1시간이면 갈 수 있는데

어서 부모님 생전에 남북 왕래가 이루어져

부모님을 모시고 고향을 찾아가

종가집이나 할아버지 서당, 선산도 둘러보고

우리를 이렇게 키워주신 부모님들을 자랑하고 싶은데

여전히 남북이 꽉 막힌 대치상태라서

올해는 추석 이산가족 상봉 추진 소식도 없다

무더운 여름에 더위를 식히며 내리는 소나기처럼

남북의 답답함을 풀어줄 소나기는 없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