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꽃향기

인연

들마을 2016. 9. 23. 11:27


인연

                  /도 종환/


너와 내가 떠도는 마음이었을 때 
풀씨 하나로 만나 
뿌린 듯 꽃들을 이 들에 피웠다  
 
아름답던 시절은 짧고 
떠돌던 시절의 넓은 바람과 하늘 못 잊어 
너 먼저 내 곁을 떠나기 시작했고 
나 또한 너 아닌 곳을 오래 헤매었다 
세월이 흐르고 
나도 가없이 그렇게 흐르다 
옛적 만나던 자리에 돌아오니  
 
가을 햇볕 속에 고요히 파인 발자국 
누군가 꽃 들고 기다리다가 
문드러진 흔적 하나 
내 걸어오던 길 쪽을 향해 
버려져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