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지식

미세먼지 10배 더 잘 걸러내는 조용한 공기청정기

들마을 2017. 6. 14. 10:13

하루가 멀다 하고 하늘을 뿌옇게 메우는 미세먼지. 미세먼지를 잡기 위해 공기청정기를 틀면 이번엔 공기청정기의 소음이 우리를 괴롭힌다.


국내 연구진이 기존 방식보다 미세먼지를 10배 더 잘 걸러내면서도 소음은 대폭 줄인 공기청정기용 필터를 개발했다. 재료연구소(KIMS) 이혜문 박사 연구팀은 공기 중 미세먼지 포획 효율을 높이고 유해 바이오 물질도 99% 없앨 수 있는 친환경 알루미늄 전도성 섬유 필터를 개발했다고 22일 밝혔다.
 
기존 필터는 굵기가 매우 가는 섬유를 조밀하게 연결한 ‘헤파(HEPA)’ 필터가 주를 이뤘다. 공기가 필터를 지나가는 과정에서 구멍보다 큰 먼지는 걸러내는 방식이다. 하지만 작은 구멍으로 공기를 여과하려다 보니 큰 힘이 필요하다는 단점이 있었다. 이 때문에 공기를 흡입하는 송풍기의 전력 소모가 크고, 이 과정에서 소음과 진동도 발생했다.
 
연구진은 발상을 바꿔 구멍이 큰 부직포 소재 필터에 전기적 인력을 이용해 먼지를 모으는 새로운 방식을 고안했다. 부직포 필터 소재 표면에 알루미늄 나노 구조체를 고르게 코팅한 것이다. 알루미늄은 99% 항균능력을 가진 소재로, 필터로 쓰면 항균 효과도 동시에 볼 수 있다.
 
이 필터에 전압이 가해지면 주변 영역엔 전기장이 형성된다. 미세먼지와 필터 사이의 전기적 인력이 먼지를 모으는 주된 역할을 한다. 구멍이 커졌기 때문에 공기 정화 과장에서 발생하는 압력 손실 역시 기존 필터의 10분의 1 수준으로 줄어든다. 송풍기 운전에 필요한 에너지 소모량이 낮아진다는 의미다. 이에 따라 전기료가 싸지고, 소음과 진동 문제도 덤으로 해결할 수 있다.
 
필터의 표면엔 3~10㎚(나노미터·1㎚는 10억 분의 1m) 두께의 얇은 산화 보호막을 씌워 사용한 뒤 물이나 알코올로 세척해 다시 쓸 수 있다.
 
이 연구원은 “공기청정기, 정수기, 환경 정화용 필터, 산업용 공기청정시스템 등의 핵심 필터 소재로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며 “우리나라를 비롯해 동아시아 주요국의 골칫거리인 미세먼지 문제로부터 국민들의 건강을 효과적으로 지킬 수 있도록 도울 것”이라고 말했다.
 
연구결과는 미국화학회(ACS)의 국제학술지 ‘어플라이드 머터리얼즈 앤 인터페이스’ 5월호 온라인 판에 실렸으며 이 필터는 현재 국내외 특허 출원을 진행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