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꽃향기
늦여름
들마을
2017. 8. 22. 10:56
늦여름
여름이 머금고 있던 소나기를
하루내내 쏟아내는 날
그가 자꾸만 잔가시 자라난 머리를
손으로 매만지니
갈라진 마디마다 가시가 걸리고
소녀의 목구멍이 간질하다
허허 웃는 소리마저
시간에 갈려 무더져
수즙어진 그는 지난 종이조각위에
몸을 얹는다
세월의 눈꽃을
꼬리빗으로 걷으며
젊음은 말이 없고
늙음은 쉴 새 없이 말을 뱉어낸다
옅은 수박물에 절은 난닝구에
검은 핏물이 돌고
빛바랜 숨이 흐르던 기도에서
한숨대신 입김이 샌다
빗방울이 오독오독
처마끝에서 떨어지고
가을은 아직 오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