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을 자리
그냥
들마을
2017. 10. 27. 15:42
너를 처음 볼 때 느꼈던 설렘이
해마다 자꾸 덮이는 감정의 잔재 속에
그냥 마른 낙엽처럼 생기를 잃어가고 있다.
운명을 앞둔 환자의 심장 박동소리처럼
점점 약해져만 가는 지난날들의 기억도
하얀 억새꽃처럼 바람에 날리듯 떠나며
한 계절을 더 덮고 나면 이 느낌도 무뎌지겠지...
그런데 여전히 나를 떠나지 못하고
내 머릿속에 헤매고 있는
희미한 안개 같은 네 생각들이
막다른 곳에 머물러 나를 부르면
결국 미로에 빠져 다시 되돌아올 걸 알며
난 너를 향해 길을 찾아 또 나서지만
이젠 기억마저 감정마저 가물거려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더듬거리며
골목길에서 소주 한 잔으로 위안 삼아
그때 그 가을은 아직 남았다고
혼자만의 숨겨진 가을을 보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