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을 자리

10월 마지막 날에

들마을 2017. 10. 31. 08:52

어김없이 돌아오는 이 날은

'이 용'의 노래가사가 아니라도

가슴 속에 뭔가 담겨진

멀쩡한 사람의 마음을 괜히 쓸쓸하게 한다.

 

나이가 들어 한 발자욱 뒤로 물러서서

갑자기 차가워져 옷깃을 여미고

두 손을 주머니 넣게 하는 바람에

하나 둘 떨어지는 낙엽을 바라보며

느껴지는 마음은 더욱 허전해진다.

 

살아오며 푸르렀던 시절을 뒤로 두고 

마지막을 아름답게 장식하며

미련없이 마무리하는 낙엽을 보면

나이들어 가는 우리의 모습과 비숫해

가만히 바라만 봐도 생각이 많아진다.


우리의 삶 앞에 다가오는 것보다

떠나는 것이 많아지는 나이에 도달해보니

마치 내가 좋아하던 노을을 볼 때 처럼

저문다는 것에 대한 애잔함이 가득해진다. 

 

젊었을 때는 사랑도, 일도 늘 그런 줄 알고,

가진 것에 대한 고마움을 모르고 지내며

이런 저런 이유를 들어 그냥  다 보내고

나이들어 지나간 생의 뒤안길을 더듬어보면,

후회스런 일만 가득해지는 것 같다.

 

이제 10월의 마지막 날에

주마등처럼 스쳐 가는 일들을 정리하고

이런 저런 풍파를 이기고 묵묵히 걸어

이 자리까지 이른 나에게 박수를 쳐주며

남은 날들도 겸손하고 성실하게

살아갈 수 있도록 다짐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