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꽃향기

9월의시

들마을 2019. 9. 4. 14:35

 

♣️ 9월의 시 ♣️ 

                      ㅡ 문병란 ㅡ

 

9월이 오면

해변에선 벌써 이별이 시작된다

 

나무들은 모두

무성한 여름을 벗고

제자리에 돌아와 호올로 선다

 

누군가 먼길 떠나는 준비를 하는

저녁 가로수들은 일렬로 서서

기도를 마친 여인처럼 고개를 떨군다

 

울타리에 매달려 전별을 고하던

나팔꽃도 때묻은 손수건을 흔들고

플라타너스 넓은 잎들은 무성했던

여름 허영의 옷을 벗는다

 

후회는 이미 늦어버린 시간

먼 항구에선 벌써 이별이 시작되고

준비되지 않은 마음 눈물에 젖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