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을 자리
빈 자리
들마을
2020. 5. 11. 09:19
점점 쌓이는 나이 탓인가?
나름 야무진 편이어서
지난 일들도 빠뜨리는 일이 없었는데...
이젠 조금만 주의를 기울이지 않으면
한두 가지는 깜박 잊고 사는 일이 다반사다.
가끔 갑자기 이름이나 단어가 떠오르지 않거나
금세 생각했던 일도 놓치고 당황하기도 한다
이러다가 더 나이를 들면
치매환자가 되는 게 아닌지 은근히 걱정이 앞선다.
어느덧 참 많은 세월이 지나며
시간들을 뒤죽박죽 섞어놔서
무엇이 먼저인지도 제대로 모르겠다.
아카시아꽃이 햇살을 받으며
내 머릿속에 남겨진 기억처럼 매달려 있는데
언제부터인가 흔적만 남은 화석처럼
빈자리에 그날의 기억만 덩그러니 남아있다.
나이가 들면 삶과 생각을 단순화해야 한다는데
아직도 이런저런 감정들과 기억들을 잡고 있으니
내가 쌓을 수 있는 용량의 한계에 도달한 것 같다.
불필요한 것들을 다 치워버려야 하는데
이렇게 세월이 많이 흘렀는데도
이런저런 이유를 붙이며
모든 걸 다 남겨두고 잡으려 한다.
오랜 시간을 두고 비우고 정리한다고 했는데
여전히 무언가에 매달린 마음이 정리가 안되는 하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