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꽃향기

봄이 오는 길목에서

들마을 2021. 3. 1. 21:32

봄이 오는 길목에서
                          / 이해인

하얀 눈 밑에서도
푸른 보리가 자라듯

삶의 온갖 아픔 속에서도
내 마음엔 조금씩
푸른 보리가 자라고 있었구나

꽃을 피우고 싶어
온몸이 가려운 매화 가지에도

아침부터 우리집
뜰 안을 서성이는

까치의 가벼운 발걸음과
긴 꼬리에도
봄이 움직이고 있구나

아직 잔설이 녹지 않은
내 마음의 바위 틈에 흐르는
물소리를 들으며

일어서는 봄과 함께
내가 일어서는 봄 아침

내가 사는 세상과
내가 보는 사람들이
모두 새롭고 소중하여

고마움의 꽃망울이
터지는 봄

봄은 겨울에도 숨어서
나를 키우고 있었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