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번 어머님 생신에 앞서 인천에 다녀오며
얼굴에 깊게 파인 주름과 굽은 허리를 보니
부모님이 부쩍 늙으신 것 같아서
당신들에게 남은 땅들을 처분해서 쓰시며
편히 지내시라고 했더니
그 땅을 손주들 앞으로 명의 이전하신다고
서류를 준비해서 보내라고 하신다...
전쟁통에 맨 몸으로 나오셔서 자식들 키우고 가르치며
이 날까지 제대로 편히 지내시지도 못하셨으면서도
자식들이 좀 더 편하게 살게 하기 위해 하시는 배려는 알겠지만
특별히 건강에 이상이 있으신 것도 아닌데
굳이 서둘러 그렇게 하려는 이유를 모르겠다...
나이가 이렇게 먹도록 제대로 보답도 못 해 드리면서
내 중심으로 생각하고 살다 보니
내 자식마저 부모님에게 부담이 됐나 보다..
이 날까지 살아오며 나이를 별로 의식하지 않고
나름대로 편하게 살아 왔는데
부모님의 갑작스러운 모습이 자꾸 떠오르며
몇 일째 알 수 없는 비애가 가슴에 가득하다...
이 날까지 난 무엇을 했는지 모르겠다.
결국 하루하루를 아무 의미 없이 보낸 것 같다.
살아온 모습이야 나름대로 의미를 부여할 수 있겠지만
부모님의 모습을 보면 결국 난 아무것도 한 게 없는 것 같다.
물론 당신들이 원하시지도 않으시지만
워낙 성격이 강하고 자신의 생각을 꺾지 않으니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넘기며
이 날까지 곁에서 한 번도 모셔 보지도 못하고
나 자신의 일에만 매달려 살아온 내 모습들이 부끄럽다.
제사나 생신 때도 제대로 다 찾아 가보지 못하고
기껏해야 명절 두 번에 가 보고
어쩌다 출장길에 한 번씩 뵙는데
앞으로 사시는 동안 몇 번이나 더 뵙겠는가...
꼭 같이 살지는 않더라도 근처에 사시면
자주 뵙고 그동안 못 해 드린 것들도 해드릴 텐데...
이번 일을 계기로 억지를 써서라도
이 곳으로 모셔 왔으면 좋겠는데
부모님들이 어떻게 생각하실는지 모르겠고,
그게 오히려 당신들을 힘들게 할 것 같아서 마음에 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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