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을 자리 837

추억담은 여행

봄꽃들이 화창하게 날개를 펴는 4월 첫주말에 서울 모임에 참석하며 인천에 둘러서 아버님과 며칠을 지내고 왔다.친구와 술 한잔하고 컴컴한 옛동네길을 걷다보니 지금은 많이 변했지만 어렸을 때 자란 동네라서 곳곳에 남아 있는 좁은 골목길 사이로 기억속에 남아 있는 낯익은 풍경들이 떠오른다.친구집이었던 이발소와 생선가게, 비탈길에 있던 국수가게와 쌀가게, 구멍가게, 철물점, 동네우물들...같이 뒤어 놀던 친구들과 동네 사람들...이 동네를 가득 채웠던 황해도 출신 피난민들은 이젠 다 돌아가시고 우리 아버지와 동네 어르신 한분만 남아 있다.같이 놀던 친구들도 그저 흑백 사진 같은 기억 속에서만 어른거린다. 미국에서 귀국한 동기와 같이 대학모임을 한 날이 헌재에서 대통령을 파면한 날이어서 주요 화제는 격동기..

노을 자리 2025.04.11

봄의 향연 속에서

봄은 그냥 오는 것이 아니다.대지 만물에게 휴식을 안겨주던 겨울이 자리를 비켜주고꽃샘 추위의 손짓과 가랑비의 속삭임을 들으며 살랑거리는 바람결을 타고 오는 것이다.마산 구산면 바닷가에는 이미 봄이 찾아와 봄을 알리는 복수초, 노루귀같은 꽃만 아니고조그만 풀꽃들과 매화와 산수유가 피어 따뜻한 햇살을 맞으며찾아드는 벌들과 어울려 즐기고 있었다. 이렇게 자연은 각자의 위치에서 서로 서로가 조화롭게 살아가는데인간들만 자기 것을 고집하며 시끄럽다.요즘 우리나라를 보면 사회 전체가 흙탕물이다. 얼마전에 후배와 얘기를 하다가죽음이 두렵다는 말을 들었다.세상에 죽음이 두렵지 않은 사람이 얼마나 될까?누구나 죽음은 두려운 것이다.다만 어떻게 받아들이냐가 다를 뿐...죽음이란삶의 연장 선상에 있다는 것이 내 생각이다.따라..

노을 자리 2025.03.14

봄맞이

입춘과 우수가 지났지만 여전히 맹위를 떨치는 한파추위에 웅크린 모습이 싫어서 그나마 좋은 햇살을 맞으며 낙동강 하구에 만들어진 화명동 생태공원과 부산현대 미술관을 향해 봄바람 맞으러 나섰다. 공원에 있는 축구장과 어린이 야구장에는 추운 날씨에도 많은 사람들이 열심히 뛰고 있지만 바람을 피해 양지쪽에 쉬고 있는 철새무리들이 안스럽게 보일 만큼 겨울 갈대밭은 마치 전쟁터 폐허처럼 황량하다.집 주변에는 매화가 꽃망울 피웠는데 강바람이 추운지 아직은 봄이 오기에는 이른가 보다.주변에서 점심을 먹고 을숙도에 있는 현대미술관에 백남준 작품 전시회를 구경하러 갔더니 추운 날씨에도 정말 많은 사람들이 관람하고 있었다.대학시절에는 백남준이라는 사람이 피아노를 부순 전위예술가 내지는 좀 이상한 괴짜 정도로 인식 하고 있었..

노을 자리 2025.02.26

고향 다녀오기

설 명절을 지내고 입춘에 봄이 오는가 했더니 전국에 다시 혹한이 몰아쳤다.패딩에 모자와 목도리끼지 단단히 챙겨 입고 4박5일 일정으로 눈이 쏟아지는 인천에 올라가 아버님께 세배를 올리고 어머니 납골당에 둘러 참배를 했다. 올해는 내 나이 탓인지 유난히 어린시절에 고생하던 어머니 생각이 많이 나고 어려운 생활속에서도 명절 때 마다 밤새며 만들어 주시던 명절 음식들이 그립다. 폭설로 명절에 오지 못했던 동생들 가족과 아버님을 모시고 저녁식사를 하며 오랫만에 지난 일들과 조카들 소식을 나누다가 우리 아들과 조카들 결혼이 늦어 걱정인데큰 동생 아들이 5월에 결혼한다는 기쁜 소식을 들으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어머님이 떠나시고 혼자 계시는 아버님을 곁에서 챙기고 있는 동생들이 고맙고 한편으론 멀리 떨어져 있어 ..

노을 자리 2025.02.16

설날

떡국 한그릇 먹고 한살 더 먹는 새해라고설빔으로 옷이나 신발을 받고 부모님과 친척 어른들에게 세배돈도 받던 명절이젠 세월따라 세상도 변해서해외로 여행을 떠나는 인파가 몰리는 연휴기간이다.그래도 올해는 연휴가 길어 동생들이 온다고 했는데, 갑자기 몰아친 눈과 추위로 난리를 치뤘다.얼어붙은 눈길이 위험해 명절에 오겠다는 동생 가족도 안전을 위해 거동이 불편해서 고향집에 계시는 아버님과 보내라며 만류했다.동생들과 설을 보내고 아버님께 보내려고 여유있게 준비했던 음식들을 우리가 먹어 치운다고 며칠동안 고생했다.그나마 딸 부부가 소녀를 데리고 와서 같이 보낸다고 좀 무료할뻔 했던 긴 연휴를 잘 보냈다.우리가 늙어가는 것은 지나간 과거가 자꾸 그리워지는 것이다.이제는 떠난 어머님이 그립고어린 시절 먹던 음식들도. ..

노을 자리 2025.02.01

성도재일을 마치고

지난 주에 작년에 이어 부처님이 깨달음을 얻은 성도재일을 맞아 4박5일 동안 행해진 용맹정진 참선에 8시간제로 참여했다.작년의 경험으로 끝까지 참여하기 위해 선택한 방편이었다.그동안 잡고 있던 화두에 집중하며 버텨보지만 쉴새없이 오가는 생각들은 아직도 갈 길이 요원하다.한번도 떠올리지 않았던 어린시절의 기억부터 이어지는 수많은 것들을 돌아보며 그동안 내가 쌓아온 집착이 얼마나 큰 무더기인가 새삼 실감한다.이제부터라도 마음 비우고 집착을 끊기 위해 더 노력을 해야겠다.떠날 때 가벼운 몸이 편히 갈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이다잠시 머물다 가는 시간에 너무 많은 짐은 스스로를 힘들게 할 뿐이다.

노을 자리 2025.01.12

새해를 맞으며

내가 가진 1년이라는 촛불 하나가 마지막 빛을 남기며 사라지고 있다.자신을 태워 세상을 향하던 빛은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그냥 1년이라는 시간의 껍질만 남겼다.나라는 정치가 어지럽다보니 엉망진창이고년말에 대형 비행기 참사까지 일어나서 안타까운 사연들이 가슴을 아프게한다 올 한해동안 나에게 가장 큰 일은작은 녀석의 결혼과 손녀 출생이다.이로 인해 내게 새로 붙여진 여러 호칭들이내가 살아오면서 떠나보낸 72개의 1년들 중에 뚜렸한 흔적을 남긴몆개 중에 포함될 한해였던것 같다. 젊은 시절에는 12시 통행금지가 없는 날이라고 해방된 느낌으로 추운 밤거리를 친구들과 돌아다니다가포장마차에서 술을 마시면서 떠들던이런저런 많은 꿈들이 있었는데이젠 나이가 많아진 탓인지넌말년시에도 아쉬움도 새로운 각오도 없다.어제같은 오..

노을 자리 2025.01.02

고등학교 후배들과

어느덧 한해가 마지막 종점을 향해 가며매서운 추위가 몰아쳤지만햇볕이 좋아서 운동하기는 괜찮은 날에 고등학교 동문들과 운동하고 간단하게 식사를 하며 무사히 지낸 올 한해를 감사하며 송년 모임을 했다. 요즘 사회가 너무 어수선하다보니 자연스레 국가에 대한 가치관도 사희적인 책임도 없는 정치인들과 추종자들 때문에 국민들이 분열되고 우리가 정말 온갖 어려움을 극복하며 경제대국으로 이끌어 온 경제도 뿌리가 끊겨나가며 무너지고 있다는 사실이 안타깝다는 생각들이다. 세상은 요지경이지만 우리라도 정신차리고 건강한 모습으로 지내며 내년에 다시 보기를 기약하며 또 다른 의미의 한해를 정리했다

노을 자리 2024.12.22

세월

쉬지 않는 세월 보다 빨리 달린 마음이귓가를 스치는 바람 소리에 뒤를 돌아다보니어느새 12월 중반새로 시작했던 올 한해가 짐을 싸며 엉거주춤한 모습으로 눈만 껌벅거리고 서있다. 올 한해는 작은녀석 결혼과 외손녀의 출생등이런저런 일이 많았던 일년올 해 마지막 달을 맞아여기저기에서 송년 모임들이다.대학동기들 송년회가 있어 인천에 둘러 아버님을 찾아뵙고고등학교 동기 송년 모임에 참석 못했는데선물을 보내준 동기회장을 만나 지난 얘기들을 안주삼아 술을 마시며인사를 했다.아버님은 아침식사를 하시며매일 보내주는 증손녀 딸의 사진들을 보며무척 즐거워하시며장손인데 결혼이 너무 늦다고 큰녀석 걱정이다. 아침에 찾아온 막내동생 부부와 같이 얘기를 하며 시간을 보내고저녁에 대학 동기 송년모임에 참석하고 왔다.해외에 나가있어서..

노을 자리 2024.12.19

가을 끝자락에서

하얀 눈을 뿌리며 겨울이 시작됐다는데떠나기 아쉬운 가을은 탈모가 시작된 하얀 백발을 날리며거기에 그렇게 서서 버티고 있었다. 세월 별거 아니다쉬지않는게 세월이지만내 삶 전체를 하나로 보면늘 그 자리에 머물고 있는게 세월이다. 내게 주어진 시간그 시간을 어떻게 쓰고 갈 것인가?그동안은그냥 내가 부딪치는 것들을 헤쳐나가며나름대로 열심히 살아왔는데이젠 내가 가진 시간들을내 자신을 위해 무엇을 할 것인가 더 고민하고 배워야겠다. 나에게 주어진 시간이 끝나는 날무엇을 생각하고어떤 미련이 남을지는 모르지만부질없는 집착이나 후회없이 펀히 떠날 수 있도록...

노을 자리 2024.12.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