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앞길도 잘 모른 채
그냥 버티고 지내온 세월
아픔과 기다림으로
고갈된 내 영혼을 채워줄
또 다른 안식처는 어디에 있을까?
처마 끝에 휘몰아친
찬 바람의 울부짖음 소리가
이젠 숨소리마저 멎어가는
고갈된 내 영혼에
기억의 파편으로 비수를 꽂는다.
남몰래 찾아가던 바닷가에서
홀로 삭여 접었던
첫 고리를 꿰었던 기억들
쉬지 못한 계절이 바뀌어도
여전히 지칠줄 모르고
가슴에 매달린 기억 속 잔상은
내 가슴 헤집으며
참지 못한 울음소리를 낸다.
또 다시 꽃피는 봄날이 오면
언젠가처럼 따뜻한 미소짓는
함초롬한 그 모습 보며
또 다시 걷고 싶었던
눈물로 얼룩진 사랑의 기억
그저 버티고 지내며
살아있기에 살아야 했던
미련한 마음의 존재가
너무나 초라한 모습이기에
그 존재를 이젠 떨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