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꽃향기

겨울비

들마을 2017. 12. 10. 11:56

 

겨울비 / 허 유

 

마음은 춥고

사랑 가난할 때

겨울비 내리다

 

저 창 너머

잡다한 인생의 관계를

이부자리 개듯 다독거려 정돈할 양으로

이 겨울비

한벌의 무거운 적막을 입고

내리다

 

내 이제

그리운 마음 하나하고도

별거하고

잡아줄 따뜻한 손길마저

저 늙은 나뭇가지의 거칠음 같거니

 

또 내세의 우물을

현세의 두레박으로 퍼 올리는

이 한정 없는 부질없음으로

절망하노니

 

이때

아프게 아프게

하필 겨울비 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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