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이 저리도 맑았던가 싶게
햇살이 빗살 무늬처럼 거실 안으로 활짝 퍼져 내린다.
마치, 봄볕에 머리 누이고
낮잠이라도 자고 싶도록 따사롭기만 하다.
이 봄 날에 나들이라도 가고 싶은 유혹이
없지않게 생기는 이 마음...
어디로 떠나가면...
마음속에 켜켜히 쌓인 자국들을 지워낼 수 있을까?
가실가실하게 은빛으로 반짝이는 강물속에
찰랑찰랑 헤엄을 치면서 봄볕을 즐기는 오리의 몸짓이
이 순간에 생각나는건 순전히 저 따사로와 보이는 햇살때문이다.
유혹적으로 다가드는 봄...
여인의 농익은 가슴에 스며드는 봄바람...
화려하게 수 놓아진 여인의 치마처럼 활짝 피워내는
봄 꽃들의 웃음소리...
설레이는 마음은 항상 가벼운 현기증...
주체못할 설레임에 가슴만 타 들어간다.
그대!
이 봄볕에 마음을 말릴 준비가 되었는가?
까실 까실한 느낌으로 말릴 준비가 되었는가?
이제는 그대의 마음밭에
누구의 발자국도 찍게 하지 마라.
그리움으로 찍는 발자국일랑 받아 드리지 마라.
봄 아지랑이처럼 일렁이는 얼굴일랑은 가슴에 품지 마라.
봄볕에 타 들어가는 기미처럼 슬픈
그의 그림자일랑은 아예 마음에 가두지 마라.
그저, 햇살 아래에 맑은 숨을 쉬는 고운 눈망울 하나
순백의 목련처럼 수줍은 가슴속에 키워가다오.
어느새 조금씩 옷을 입어 가는 나무들은...
저 마다 다른 색의 옷을 입고 있었다.
그저... 산은 초록색인걸 알고 있지만...
조용히 바라보면 나무들은 각자 다
다른 색을 띠며 자리를 지키고 있다.
나무들이 저렇게 다른 옷을 입고 있는건...
저마다의 책임이, 목적이 따로 있는 것인지.....?
그렇다면 사람인 나는 어떤 색을 띠고 있을까?
지금의 내 위치에서 나는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나무들은 지난 겨울의 메마름에서 벗어나
새로움으로 치장하고 있는데...
사람은 지나간 시간을 되돌릴 수 없고...
새로움의 젊음은 다시 올 수 없고...
하루하루 시간시간마다 늙음을 향해서 가고 있는데...
꽃들은... 너무나 화사하다.
개나리의 밝은 화사함...
진달래의 수줍은 분홍빛...
조팝이나 목련꽃의 소박한 하얀색...
곳곳에 핀 과일 나무들의 가지각색의 화려한 색깔들...
초록의 나무들 사이사이에 핀 이름 모르는 나무들의 아름다움에
난 할 말도 잊고... 그들에게 취한다.
자연 그대로의 모습속에서
욕심도 이기심도 모두 버리고
그저 빈 마음을 가져 보는것도 나쁘진 않으리...
목적을 가지고 꾸며 놓은...
돈을 요구하는 그런 만들어진 자연이 아니고
자연 스스로가 욕심없이 만들어진 그런 모습들...
한강둔치의 한가한 길을 달리며...
봄을 찾아 새롭게 피어오르는 자연의 아름다움에 취해
잠시... 계산 많은 세상을 잊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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