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적으로 가을이 오면 다소 외롭기도 하지만
내 생일이 있어서 그런지 새로운 변화에 적응하기 위한 각오를 다지며
용기를 잃지 않겠다는 다짐으로 보냈다.
열을 내며 지내던 용기보다는 내 삶에서 피해갈 수 없는 일들을
내 생일이 있는 이 계절에 곰곰히 생각하는 일이 많았다.
어제는 죽은 여동생 주희의 생일이었다.
형제들 중에 어려서 부터 유난히 집안 일도 잘하면서도
고집도 세서 구박도 많이 받으면서 크더니
그렇게 안타깝게 간지가 벌써 15년이나 지났다.
큰 녀석이 인천에서 어머니가 키울 때
첫 조카라고 늘 데리고 다니며
제 엄마보다 더 정성스레 키워 주었는데....
어제 비행기 연결이 안되서 공항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다 보니
자꾸 주희와 어려서 같이 지내던 일들이 생각난다.
한 때 집안이 송사로 오랫동안 재판을 하고 있을 때는
스스로 대학을 포기하고 집안을 돌볼 정도로 착했는데....
뒤늦게 대학을 다니면서 그렇게 좋아하며 지내던
모습이 자꾸 떠올라 나도 모르게 눈이 촉촉해졌다.
어머님께 전화를 드렸더니, 치아가 안좋아 치과에 다니신다면서
작은 녀석과 큰 녀석의 교육 보험금이 나왔다며
애들 통장에 넣어주리고 하신다.
이제는 당신들 쓰실 돈도 부족하실텐데....
아직도 저러시는 모습을 볼 때마다
부족한 우리를 탓하는 것 같아서 오히려 마음이 무겁다.
집사람에게 전화를 해보라고 연락해 줬더니
어머님이 작은 녀석 수능시험이 있으니까
이번 아버님 생신에는 올라오지말라고 하신다면서
부모님들이 마산으로 오시게 좀 해달라고 한다.
저녘에 전화를 드렸더니 부모님이 마산에 오시면
준비한다고 집안 일도 생기고
작은 녀석 마지막 공부에도 영향이 있으니까
올 해는 쉬고 내년에 오시겠다고 한다.
할 수 없이 꽃다발과 선물이나 보내드리기로 했다.
음력 9월에 동생과 나, 아버님 생신이 연속으로 있어서
9월은 늘 집안에 먹을 것도 많고 좋았던 시절이었는데
언제가 부터 가슴에 쌓인 것이 많은 아픈 달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