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꽃향기

시월의 시

들마을 2019. 10. 18. 09:18


♣️ 시월의 시 ♣  

                           ㅡ 류시화 ㅡ

폭포의 물줄기 여위어 가고

뜨거운 불줄기 계곡을 뛰어 내린다

눈을 감아라

이름 가진 것들 모두 빛나는 시월

기억하지 못하는 이름들을

모두 떠나게 하라

잊혀지는 것이 어디 이름뿐이랴

식어가는 것이 어디 마음뿐이랴

봄이 세상에 오기도 전에

겨울이 오기도 전에 치솟던 몸을 식혀

 

금간 틈새에 이끼를 키워 온

저 억새밭 우뚝한 너럭바위를 위해

이 깊은 시월은 비워 두어라

 

사랑은 그렇게 깊이 묻혀 있어서

빛나는 뿌리를 아무에게나 보이지 않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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