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꽃향기

12월의 독백

들마을 2019. 12. 28. 08:00

 

♣ 12월의 독백 ♣ 

                        ㅡ 오광수 ㅡ

 

남은 달력 한 장이

작은 바람에도 팔랑이는 세월인데

한 해를 채웠다는 가슴은

내놓을 게 없습니다

 

욕심을 버리자고

다잡은 마음이었는데

손 하나는 펼치면서

뒤에 감춘 손은 꼭 쥐고 있는

부끄러운 모습입니다

 

비우면서 채워지는 이치를

이젠 어렴풋이 알련만

한 치 앞도 모르는 숙맥이 되어

또 누구를 원망하며 미워합니다

 

돌아보면

아쉬운 필름만이 허공에 돌고

다시 잡으려 손을 내밀어 봐도

기약의 언질을 받지 못한 채

빈손입니다

 

그러나 그러나 말입니다

해마다 이맘때쯤

텅 빈 가슴을 또 드러내어도

내년에는 더 나을것 같은

마음이 드는데 어쩝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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