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을 자리

쉬어가는 지혜

들마을 2006. 5. 29. 15:59

언제가 읽었던 레이첼 나오미 레멘의

《그대 만난 뒤 삶에 눈 떴네》중에있던 글이 떠 오른다..

인생은 우리에게
쉬지 말고 길을 가라고 재촉하지만,
우리에게는 멈추어 쉬는 시간이 필요하다.

평소에 멈추어 서서 삶을 되돌아 볼 만큼
여유를 지닌 사람은 거의 없다.

그런데 전혀 예상하지 않았던
어떤 일이 일어났을 때,
예를 들어 갑자기 병이 찾아왔거나
어려움이 닥쳐왔을 때,
우리는 가던 길을 멈추고
인생이라는 식탁에 둘러앉아 이야기를
나눌 시간을 갖게 된다.

아마 내가 살아오면서 멈춰 섰던 경우는
두가지가 있었던 것 같다.

하나는 정말 휴식이 필요해서 멈첬던 경우이고,
다른 하나는 이런 저런 이유로
어쩔 수 없이 멈춰 설 수 밖에 없었던 경우이다.

쉬기 위해 멈추면 휴식과
충전과 여유를 얻게 되지만
고장이 나서 멈추게 되면 뒤늦은 후회와
회한만이 되돌아 온다.

아마 우리네 인생은 태어나면서 부터
어쩔 수 없이 멈출 수 없는 삶의 연속인가 보다.

어릴 때는 무럭무럭 튼튼하게 자라야 하고
조금 크면 지식을 쌓기 위해 경쟁하고 쉼 없이 달려야하고
얼마만큼의 달리기를 마치고 나면
바로 홀로서기의 치열한 삶이 이어진다.

가정을 이루고 나면
더 많은 무게의 짐을 짊어지고 달려야하고

삶의 중반기에 다가서면
지친 육체를 감지하고
이제는 좀 쉬고 싶다라고 느끼지만
자신이 만들어 놓은 위치를 보면
지금 보다는 더 달려야 함을 깨닫게 되는 것 같다.

건강에는 자신있다고 자부해 왔는데
나이가 들면서 예전과 같지 않은 신호를 느꼈지만
지난 번 사고의 후유증을 느끼면서
의외로 회복이 늦어지는 것을 보면서
나이는 속일 수 없다는 것을 절실하게 느낀다.

수없이 많이 얽혀져 내 등에 놓인 짐들을
이 쯤에서 훌훌털고 쉬고 싶은 생각이 들을 때도 있다.

하지만 지금 이 위치에서
모든 것 접고 나면 남겨진 짧지 않는 삶이 허무할 것 같고
내가 진 짐을 내려 놓을 수 없어
이래 저래 멈출 수 없이 달리고 있다.

참 많은 생각으로 힘들었을 때
몸이 아파 누워 있으면서 나름대로 생각해보던 생각들이다..

그 생각들이 이제서야
끝임없이 나를 힘들고 어렵게 하던 마음들,
내가 남겨 놓았던 약속,
내가 느꼈던 아름다움들을
다시 바라 볼 만큼의 여유를 가지고
잠시 쉬어가는 지혜를 터득하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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