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을 자리

주말에.....

들마을 2006. 3. 4. 23:24
오랫만에 부산 경남권에 있는
대학 동문들과 같이 운동을 하며
편한 시간을 보냈다..
같은 전공을 하고 같은 분야에 있는데도
특별히 같이 연관된 일이 없어서
자주 보기가 어려웠는데
한결같은 모습들이라서 보기 좋았다...

주로 학교에 있는 동문들이 많아서
주로 화제는 요즘 대학교 근황이었다.
어렵기는 학교도 기업체 못지 않은가 보다...

학교도 입학생이 줄어든 학과는
통폐합 대상이 되기 때문에
학생들을 유치하러 다녀야 하고
더우기 황우석 교수 파문으로
외부 연구비가 대폭 감소되었고
정부 지원 연구비도 까다로워져서 힘들단다..

그래도 기업체만 하기야 할까..
아직 어려움을 몰라서 그렇지....

후배들이 서로 자기네 학생 취직 좀 시켜달라고 한다..
일단 서류나 보내라고 했지만
그게 어디 내 맘대로 할 수가 있나..

한 후배는 자기네 대학원에 입학하면
학비를 장학금으로 일부 지원해줄테니 입학하란다...

시간 없다고 하니 논문은 조교들을 통해 도와줄테니
그만둔 학위를 마저 따라고 한다..

더구나 나중에 회사 그만 두면 몇 시간 정도
시간 강사로 강의할 수 있도록 해주겠단다..

한 때는 내가 하고 싶었던 일이었고
전에 몇 번 기회가 있어서 미련을 가졌던 것이라서
참 구미당기는 말이다..

내 명예를 위해서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투자를 해볼까하는 생각이 든다...

회사를 그만두고 별로 할 일이 없을 때
소일거리 겸해서 학교에 나가
강의를 하며 보낼 수 있다는 것도
나이들어 괜찮을 것 같은데....

하지만 내 욕심으로
그런 일을 해서는 안된다는 생각에 웃으며
나중에 생각해 보겠다고 하고 말았다...

운동을 마치고 저녁 식사를 하면서
하나같이 화제는 건강과 경제와 정치 문제이다..

한 친구는
아무도 웃지않는 코메디를 열심히 하고 있다며
우리나라에서 가장 훌륭한 코메디언은 대통령이란다..

한 후배는 자기 대학 동료가 부인으로부터 무능력자라고
이혼 소송 당해서 혼자 지내고 있다면서
요즘 무서운 세상이니 조심하란다..

전에는 대학 교수라는 명예를 가지고
모든 걸 해결할 수도 있었지만
요즘은 그런 것 보다는 현실적인 것들을
더 중요하게 생각한다며,
중년에 들어선 우리 세대의 위기란다...

언젠가 일본 출장길에 겨울연가 얘기를 하다가
일본 남자들은
30대에는 부인이 백화점 가지고 하면 무섭고
40대에는 부인이 샤워하는 소리가 무섭고
50대에는 부인이 도장찾는 소리가 무섭다던
일본 친구가 한 이야기를 해주었다...

왜소해져 가는 우리들의 모습이다...
어쩜 살아남기 위해 경쟁해가다 보니
거친 투쟁으로 다치지 않으려 조심하다보니
점점 왜소해져 왔는지 모르겠다...

아마 내가 더 조심하고 살아야 하는게 아닌가..
나보고 간이 배 바깥에 나와 있다고 하는데...
살아 온 날들에 고마워하고
남은 날들을 더 고마워할 수 있게 노력하면 되겠지...

역시 상대를 위한 마음과 배려가 필요한거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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