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봄을 알리던 개나리 꽃이나
커다란 슬픔같이 피었던 목련꽃이
벌써 지고 사라져 버렸듯이
봄이 왔다는 것은
곧 봄이 간다는 것이다.
세상의 모든 일이 그렇듯이
긴 겨울동안 봄을 기다렸던
간절한 그리움을 주체하지 못하고
터져버린 꽃잎이 봄을 보내며 지듯이
누군가를 기다리고 만났다는 것은
언제일지는 모르지만
필연적으로 보내야하는
헤어짐이라는 순간이 내재 되어있다.
늘 우리는 피어나는 꽃만 바라보고
지는 꽃잎은
그저 귀찮은 존재로
눈길 가는대로만 바라다 보듯이
기다림의 존재는 늘 기쁨이지만
보내야하는 존재는 늘 아픔뿐이다.
마지막 벚꽃이 눈꽃처럼
휘날리는 경주 보문 거리를 걷는데
떨어지는 하얀 꽃잎들이
나비처럼 날라와 내 손에 앉혀지며
마지막 생명으로 인사를 한다.
그러자 떠나가는 봄처럼
가슴을 떠나가는 마음들이 슬펐다
그렇게 마음에 새겼던 봄도
또 다른 계절을 향해 떠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