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을 자리

1년을 보내고....

들마을 2007. 6. 25. 12:00

이제 한 해의 반을 정리하며
일년을 끈질기게 버텨온 자리를 떠나야 한다.

일년을 매일 같은 길을 바라보고
같은 길을 지나 온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지켜내려 햇던 자리와 길이다.

어느 날은 햇빛이 가득 차 눈이 부시고
어느 날엔 비가 내려 흐려지기도 하고
어느 날엔 바람에 눈이 내려
바람 속을 걷는 것인지 길을 걷는 것인지
모를 것 같던 날들

내 마음 밖의 세상도 그랬다.
내가 바라보고 느끼는 시간들은
늘 한 곳이었지만
매일 아침 집을 나서고
저녁이면 돌아오는 하루를 살아도
늘 어제 같은 오늘이 아니고
또 오늘과 같은 내일은 아니었다.

매일 같은 날을 살아도 매일 같은 길을 지나도
하루 하루 삶의 이유가 다른 것처럼
언제나 같은 하루가 아니고
계절마다 햇빛의 크기가 다른 것처럼
언제나 같은 길은 아니었듯이
내가 간직한 마음도 마찬가지였지만...

이유야 어쨌던 간에
내가 약속했던 맹세를 지키지 못한 죄책감
그 마음의 찌꺼기를 붙들고 한 해를 보냈다.

하지만 참 많이 슬프고 힘든 날 뒤에도
비 온 뒤 개인 하늘처럼 웃은 날도 있었고
행복하다 느끼는 순간 뒤에도
조금씩 비켜갈 수 없는 아픔도 있었지만
가끔은 서둘러야하는 이유가 생기고
주저앉고 싶어지면 일어서야 하는

또 다른 이유가 생겼기에
여기까지 무사히 올 수 있었다.

돌아보니 내가 간직했던 것들도
마음을 간직하고 싶었던 욕심 탓에
많이 힘들고 어려웠지만

결국 마찬가지였나 보다.

틈만 나면 유혹의 눈길을 보내던
니콘틴의 향수처럼
내 몸에 입력된 위험한 지류를 따라
손짓하는 길을 밟지 않고 용케 잘 버텨왔다.

결국 꿈에 다다르는 길은 못찾고 말았지만
내 삶을 겉돌 만큼
먼 길을 돌아오지는 않았으니 말이다.

아직도 가끔씩 다른 세상들이 유혹을 한다.
어쩌면 고집처럼 힘들고
험한 길을 걷고 있는지도 모르지만
돌아보고 잘못된 길을 왔다고
후회한 적 없으니 그것만으로도 충분하다.

이젠 내가 가지지 못한 많은 것들과
내가 가지 않은 길들에 대하여
더 이상 욕심처럼 꿈꾸지 않기로 했다.

이젠 더 가져야 할 것보다
더 이상 지키고 잃지 말아야 하는 것들이
더 많기 때문이다.

어느 새 한 가지를 더 가지려다 보면
한 가지를 손에서 놓아야하는
그런 나이가 되었으니까....

아직도 어딘가 엉뚱한 길로 이끄는 지류가
위험처럼 도사리고 있을지도 모르지만,
내가 행복이라 여기는 세상의 모든 것들
이젠 더 오래 더 많이 지키고 잃지 않기 위해서...

내 앞에 새롭게 펼쳐진 세상으로
또 다른 발을 내디디며
다시는 후회하지 않을 길을 향해
나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흘러가는 삶보다는
내가 가야할 길을, 나를 위한 길을 간다.

이제 힘들고 눈물겨웠던 1년을 보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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