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슴에 굵은 못을 박고 사는 사람들이
생애가 저물어 가도록 그 못을
차마 뽑아 버리지 못하는 것은
자기 생의 가장 뜨거운 부분을
거기 걸어 놓았기 때문이다.
-시집 ‘물결’(다층) 중에서 -
그랬구나!
가슴의 통증이 가시고 눈앞이 환해진다.
어리석고 아둔한 것처럼 보이던
사람들의 굽은 어깨와 허리가
매화 등걸처럼 휘영청 내걸리고
가슴마다 꽃이 핀다.
내 눈의 들보와 남의 눈의 티끌마저 모두 꽃핀다.
가장 아프고, 가장 못난 곳에
‘생의 가장 뜨거운 부분’이 걸려 있다니,
가슴에 박힌 대못은 상처인가 훈장인가?
언제나 벗어던지고, 달아나고 싶은
통증과 치욕 하나쯤 없는 이 어디 있으며,
가슴 속 잉걸불에 묻어둔
뜨거운 열망 하나쯤 없는 이
어디 있을 것인가?
봄날 새순은 제 가슴을 찢고 나와 피며,
손가락 잘린 솔가지는 관솔이 되고,
샘물은 바위의 상처로부터 흘러나온다.
그러니 세상 사람들이여,
내 근심이 키우는 것이 진주였구나,
네 통증이 피우는 것이 꽃잎이었구나.
- 반칠환 시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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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모습이 제각기 다르고
때로는 아무렇지 않은 모습으로 살아가고 있지만
어디 아팠던 상처나 흔적 하나 없는 사람이 있던가...
때로는 도려내고 싶도록 후회 했던 날들도
끝내 버리지 못한 열망뒤의 아픈 흔적들도
세월이 지나고 보면 그것들도 결국
지금까지 내가 살아 있다는 삶의 흔적이고 보상이다...
가장 아프고, 가장 버리고 싶었던 순간들이
내가 사는 동안 어쩔 수 없이 부딪쳐야하는
위기, 고통, 실망, 아픔, 등 그 모든 것에 대한
면역력을 키워주는 토양이 되고
때로는 내 아픈 상처가 누군가 다른 이를
감싸고 위로하는 꽃이 되어
내 삶에서 그 가치를 높여주고 있다는 사실을
세월이 지나고 나이가 들어 감에 알게 되었다....
그 고통들도 때로는 내게는 희망이고
가끔은 내가 존재하는 의미로서 다가와
내가 안고 가야할 삶의 고통이
내 존재를 들어 올리는 힘이 되지 않았나 한다.
어쩔 수 없이 기억되는 또 하나의 날
인생이란 잔을 같이 들고 있다면
내가 가지는 고통을 조금씩 음미하며
묻어 가는 아픔에서 행복이 가득 쌓이는
생일 축배를 미리 건네는 여유를 가져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