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을 자리

첫사랑 연인은 아니었지만...

들마을 2008. 7. 4. 08:37
  

 

이상하지.

넌 이미 나를 떠났는데.

가만히 돌아보면,

언제나 그 자리에 있는 것 같으니까.


그동안 한참을 아파하고 나서 

버림 받은 상처 속에 숨죽여 있던

꽃 같은 빛들이

조금씩 나를 향해 반짝이기 시작해

수도승이 마지막 남긴 사리처럼....


이제와서 보고 싶어- 라고는 말하지 못할거야.

하지만,

나, 여기 기다리고 있어- 라고는 말하고 싶어..

 

속이 빤히 보이는 거짓말이라고 해도

정말 널 사랑했으니까....


굳이 내게 말을 하지 않고 

발개진 얼굴로 씩씩대며

나를 한대 힘껏 걷어찬다고 해도

정말 괜찮을거야

 

말할 수 없는 마음의 바다에 갇혀

혼자서 부르는 나의 노래들보다는

훨씬 나을테니까....

 

사실 한 때는

네가 나를 잊어버린다고 해도

그게 너라면, 괜찮다고도 생각했어...

 

너와 나는 첫사랑 연인은 아니었지만

내가 남긴 마지막 순수함으로

그동안 눈비 맞으며 쌓아온

우리들의 소중한 마음과 언어들만으로도

충분할거라 생각했으니까....

 

한마디도 하지 않은 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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