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서진 유리조각처럼
맹열히 날을 세운 바늘 끝처럼
그런 위태로움 속에서
긴 침묵을 예감하는 짧은 한숨뿐
그 날 당신은 말이 없었다.
부자연스러운 공허
혼탁하게 일그러진 침묵 속에서
나는 당신을 향한 허기를 느꼈지만
하늘을 끌어안은 태양의 푸른빛 꽃들도
살랑거리며 속삭이는 하늘빛 봄바람도
충열되고 피로한 눈을 열고
굳은 다리로 달려가게 하진 못했다.
정직한 슬픔이 외로워서
사연많은 그 모습이 나와 너무 닮아서
돌아서 가는 그 손을 꼭 잡고 싶었다.
한올 한올 내 몸에 새겨진 숱한 시간 조각들을
비록 다 기억하진 못해도
그 찰라의 한결에라도 닿을 수 있다면...
무심히 쓸어버릴 세월의 뒷자락
어느 언저리에라도 스쳐 지나갈 수 있어서
당신과 나에게 위로가 된다면
볼품없이 뒤틀어진 어깨위라도
축축하고 후미진 주머니 속이라도
모르는 척 숨어 들어가 하늘 끝까지 쫓아가고 싶었다.
당신이 알아주지 않아도
아니 기억하지 못해도
간절한 그리움과 두근거림 앞에
번번이 외면으로 되돌아 온다고 하여도
나는 여전히 기다릴거다.
언젠가 돌아올지 모르는
당신의 자리를 비워둔 채
살벌한 추위와 지난한 시간마저
낱낱히 추억하며
정직하게 슬퍼하며 기다릴거다.
그리하여 기꺼이 내 마음이 미안하다며
그렇게 당신을 위해 남긴 것들을
조금씩 조금씩 덜어낼 수 있을거다.
기억을 걷는 시간 - 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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