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을 자리

알 수 없었다..

들마을 2010. 9. 21. 09:20

내가 그 문을 열기 전에는

난 아무 것도 알 수 없었다.

그저 보이고 느껴지는 것 뿐

 

비로소 갇혀있던 어둠을 벗어나

새로운 맘을 끌어 안기 전에는

역시 아무 것도 느낄 수 없었다.

 

반듯한 얼굴 한 가운데로

늘 화사함이 교교하게 번지며

밝게 흐르는 미소의 물결

 

열정을 가득 담아 흩으러지는

어지러운 혼돈과 목마른 갈증

구름 사이로 흐르는 달빛처럼

태연하게 정지한 회색빛 침묵

 

한 걸음 한 걸음 버텨오며서

땀으로 온 몸을 적시고도 남은

선연히 덮쳐오는 인내의 고통

 

오래된 빛바랜 기억을 밟고 선

회색빛 공허한 시간 속에서

길고 긴 외로움을 먹고 자란

지독히도 아팠던 아픔의 흔적

 

인고의 깨달음을 담은 바람처럼

흔적없이 흐느끼는 너의 목소리

초점 없이 우뚝 선 젖은 눈동자

 

한쪽의 시선과 두 팔의 온기로

감싸안으며 내미는 너의 여린 손

그 여린 너의 손을 잡으며

처연히 무너졌던 냉정한 고독

 

굳건히 버티고 섰던 두 어깨

제 살 찢고 피어난 고통의 눈물 뿐....

결국 너의 눈을 품기 전에는

여전히 난 아무 것도 알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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