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그 문을 열기 전에는
난 아무 것도 알 수 없었다.
그저 보이고 느껴지는 것 뿐
비로소 갇혀있던 어둠을 벗어나
새로운 맘을 끌어 안기 전에는
역시 아무 것도 느낄 수 없었다.
반듯한 얼굴 한 가운데로
늘 화사함이 교교하게 번지며
밝게 흐르는 미소의 물결
열정을 가득 담아 흩으러지는
어지러운 혼돈과 목마른 갈증
구름 사이로 흐르는 달빛처럼
태연하게 정지한 회색빛 침묵
한 걸음 한 걸음 버텨오며서
땀으로 온 몸을 적시고도 남은
선연히 덮쳐오는 인내의 고통
오래된 빛바랜 기억을 밟고 선
회색빛 공허한 시간 속에서
길고 긴 외로움을 먹고 자란
지독히도 아팠던 아픔의 흔적
인고의 깨달음을 담은 바람처럼
흔적없이 흐느끼는 너의 목소리
초점 없이 우뚝 선 젖은 눈동자
한쪽의 시선과 두 팔의 온기로
감싸안으며 내미는 너의 여린 손
그 여린 너의 손을 잡으며
처연히 무너졌던 냉정한 고독
굳건히 버티고 섰던 두 어깨
제 살 찢고 피어난 고통의 눈물 뿐....
결국 너의 눈을 품기 전에는
여전히 난 아무 것도 알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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